'문맨' 장츠위 감독 "조석 작가 작품이면 한다고 했죠"
'문맨' 장츠위 감독 "조석 작가 작품이면 한다고 했죠"
  • 뉴시스
  • 승인 2023.01.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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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7000만명 본 SF '문맨' 연출
조석 작가 웹툰 '문유' 원작 블록버스터
"'마음의 소리' 보고 조석 작가 팬이었다"
뛰어난 CG 등 각종 특수효과 인상적
"기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애정"
제작비 4억 위안 중 1억 위안이 CG에
"기회 되면 한국서 영화 만들고 싶어"
영화 '문맨'을 연출한 장츠위 감독.

손정빈 기자 = 지난해 중국에서 7000만명이 본 영화가 있다. 2022년 중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흥행 수익은 약 4억6000만 달러(약 5730억원)에 달했다. 이 영화는 작년에 전 세계에서 개봉한 영화 중 10번째로 높은 수익을 낸 작품이기도 했다. 바로 중국 SF코미디 영화 '문맨'이다.

이렇게 크게 흥행했어도 이 영화에 관해 들어본 한국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중국 상업영화는 대체로 중국 시장만 겨냥해 만들어진다. 중국 영화 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내수만으로도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세계 무대를 겨냥하는 일부 예술영화가 아니고서야 웬만한 중국영화는 한국 관객을 만나지 못한다. 다만 '문맨'은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한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 원작이 한국 작품이기 때문이다.

'문유'라는 웹툰이 있다. '마음의 소리' 시리즈로 잘 알려진 웹툰 작가 조석이 2016년에 연재한 SF코미디물이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달에 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달을 방패로 삼는 이른바 '달 방패 계획'이 세워지고, 문유라는 남자는 정비공으로 달에 가게 된다. 그러나 달 방패 계획이 급작스럽게 실패로 돌아가고, 대원들이 모두 급하게 달을 빠져나가는 사이 문유는 다른 일을 하다가 홀로 달에 남겨졌으며, 지구는 멸망해 문유 홀로 달에 남겨진다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그런 얘기다. 영화 '문맨'은 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충실히 옮겨 담아 중국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중국 대형 상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1일 국내 개봉한다.

이 영화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장츠위(张吃鱼·37) 감독을 만났다.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입국한 장 감독은 "이 영화 연출 제안을 받기 전부터 조석 작가를 알고 있었고, '마음의 소리' 팬이었다"고 했다.

-중국 상업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문맨'은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한국 IP(Intellectual Property) 작품이다보니 한국 개봉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기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한국에 원작이 있는 영화를 완성해서 다시 한국에 가져오게 된 건 기쁘다. 하지만 부담감도 있다. 한국엔 원작 팬이 있지 않나. 그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원작 팬도 좋아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흥행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지난해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게다가 당신에겐 이 영화가 겨우 두 번째 장편영화였다. 두 번째 영화로 이렇게 큰 성과를 낸 기분은 어떤가.

"물론 흥행이 잘 돼서 기쁘다. 하지만 기쁘면서도 이 영화를 만드는 데 걸린 5년이라는 시간도 생각하게 된다. 그 시간을 지나서 드디어 완성해 세상에 내놨다라는 것, 그게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한국 관객이 가장 궁금해 할 부분은 역시 원작 '문유'가 영화로 만들어진 과정일 것 같다.

"한국 웹툰이 원작인 몇 개 스토리를 영화로 만드는 걸 제안 받았다. 그 중에 '문유'가 있었다. '마음의 소리'를 보고 조석 작가에게 반한 상태였다. '문유'가 조 작가 작품이라는 걸 알고 바로 그걸 하겠다고 했다. 원작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시나리오를 썼다."

-조 작가와는 만난 적이 있나.

"2019년에 시놉시스를 가지고 조 작가와 처음 만났다. 내가 쓴 스토리가 어떤지 물었고, 조 작가는 좋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화에 관한 여러가지 의견을 주고 받았다."

-'문맨'은 원작과 조금 다르다. 기본적인 설정은 같지만, 다소 시니컬한 분위기인 '문유'와 달리 '문맨'은 더 유쾌하고 코믹하다.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둬 연출했나.

"지구가 멸망했고 한 남자가 달에 혼자 남았다라는 설정에서 이미 코미디가 출발하고 있었다. 코미디라는 건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상황을 말한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코미디가 저절로 발전해 나가는 거다. 말하자면 '문맨'은 이미 코믹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사를 재밌게 풀어나가는 데 중점을 뒀다."

-정교한 CG가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CG 기술이 이정도까지 발전했다는 게 놀라웠다.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거의 없더라.

"물론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느냐는 중요하다. 자본도 중요하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분들이 CG 작업을 했다. 하지만 CG의 핵심은 애정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주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문맨'의 CG는 MORE라는 중국 최고 CG 업체의 전 직원이 달라붙어 수 년 간 진심어린 애정을 갖고 완성한 거다. 이런 노력이 작품에 묻어난다는 게 기쁘다."

-제작비는 어느 정도 들었나.

"아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4억 위안(약 735억원) 정도 들어갔다. 데뷔작인 '수수적철권'의 4배가 쓰인 거다. 그리고 4억 위안 중 약 1억 위안이 CG에 쓰였다."

이 영화는 4년에 걸친 제작 기간에 600명 이상의 특수효과 스태프가 투입됐다. 총 면적 4만1000㎡에 달하는 15개 촬영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6000㎡ 규모 달 기지 세트도 세웠다. 달 표면 질감을 살리기 위해 200톤(t) 무게 바위를 일일이 잘개 부숴 가루로 만들었다.

-CG 비용 중 가장 큰 돈이 든 부분이 어떤 것이었나.

"역시 캥거루다.(웃음) 살아있는 생명을 구현하는 건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지 않겠나.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말이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선텅과 마리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캥거루를 만드는 데 돈을 더 썼다.(웃음)"

-매우 큰 돈이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였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큰 돈을 운용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영화를 만드는 일, 그리고 이렇게 큰 영화를 만드는 일에는 언제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다행스러운 건 내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는 점이다. 문제가 생기고 그걸 해결해야 한다는 건 우리 영화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 그리고 이 영화를 나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도 아니다. 내 옆엔 중국 최고의 배우와 스태프가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홍보할 때 '나는 혼자 걷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완성했다'고 말했다('문맨'의 중국 제목은 '독행월구'(独行月球)이다. 이 제목에 빗댄 말이다)."

-'문맨'은 앞서 만들어진 SF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가 떠오르기도 하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이 생각나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생각나는 장면도 있었다.

"SF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아마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SF영화의 요소들이 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묻어날 것이다. 그건 의도한 것이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문맨' 역시 앞으로 나올 영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그리고 이 영화엔 내가 좋아하는 SF영화들의 레퍼런스가 숨어있기도 하다. 독고월의 방엔 '에일리언' 포스터가 있다. 그건 실제로 '에일리언' 오리지널 포스터다. 그 포스터에 있는 문구인 'In space no one can hear you'라는 말을 독고월이 직접 말하기도 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한 것도 있고, 말한대로 'E.T.'를 오마주한 것도 있다. 이 외에도 많다. 관객 여러분이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주인공을 연기한 두 배우 선텅과 마리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두 배우와는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같이 일하게 됐다. 두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선텅과 마리는 중국의 국민배우다. 그리고 국민커플이다(실제 커플은 아니다). 이들이 나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연기를 하든 관객이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출연하면 연기는 신경을 안 써도 된다.(웃음)"


-중국 영화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에서만 활동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 외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할리우드나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

"당연히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 한국엔 아주 우수한 스태프가 많은 걸로 안다. 그들과 힘을 합쳐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중국과 한국은 문화적으로도 거리가 좁고, 감성이라든지 시각이 비슷해서 한국 스태프와 잘 맞을 것 같다."

장 감독은 한국 영화·드라마 중 어떤 걸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범죄도시2'를 비롯해 정말 많은 작품을 일일이 언급했고 크게 흥행하지 않은 영화, 오래 전에 흥행한 작품도 이야기할 정도로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했고, 배우 나문희가 주연한 '아이 캔 스피크'를 매우 인상적으로 봤다고도 했다.

-외국 감독이 왔을 때 빠지지 않는 필수 질문을 하겠다. K-콘텐츠에 관한 것이다. 최근 K-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단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워낙 수준이 높아서 지금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본다. 다만 문화에 국적이나 경계가 있는 게 아니니까 좋은 작품은 그게 어디서 만들어졌는지와 무관하게 사랑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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