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주주 목소리, 주총 앞둔 기업들 골머리
거세진 주주 목소리, 주총 앞둔 기업들 골머리
  • 뉴시스
  • 승인 2023.01.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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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연대·행동주의 펀드 활발
회계업계 "경영권 방어·주주분쟁 자문 급증"
"기업들 태도 바뀌어야…정관 보완하는 등 대비 필수"
김선웅 기자 = 신라젠 주주모임이 작년 2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우연수 기자 = 거세진 주주 목소리에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주주들의 집단적 행동이 경영권 위협과 분쟁으로 이어지는 등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기업들은 주주들의 목소리에 무시로 일관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주주권을 둘러싼 인식이 최근 몇년 새 크게 바뀌면서 적극적으로 대비책을 강구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젬백스링크 소액주주 41인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15명의 소액주주가 추가되면서 이들의 지분은 5.21%에서 6.49%로 1.28% 늘었다. 공시 보고자는 "젬백스링크의 주주로서 본인과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대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사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최근 소액주주들의 집단 행동이 줄을 잇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는 사업보고서에 횡령 부문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6일 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 연대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오스코텍 주주는 최근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해 주주 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휴마시스와 아이큐어 소액주주 연대는 주가 하락 등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3월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의 활동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소액주주라도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주총 6주 전까지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 배당 확대,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이 주주 제안의 단골 메뉴다.

이에 일부 상장사들은 회계법인 또는 법무법인을 통해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대비책과 대응 전략 등을 자문하고 전략책을 마련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실제로 경영권에 균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일PWC의 경우 기업 경영권 및 주주 간 분쟁 자문 서비스 지원센터를 통해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센터는 주주 간 분쟁에 대한 사전적 대응 전략과 발생 시 대응 방안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정KPMG와 EY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들 역시 연말부터 주주와의 원활한 소통과 분쟁 시 대응 방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답변했다.

회계법인 관계자 A씨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도 많이 생기고 분쟁 사례 자체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엔 '이러다 말겠지'로 대응했던 기업들도 최근엔 실제로 주주 활동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사례들이 한두건 나오자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상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과 동학개미의 증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등으로 주주권을 둘러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 B씨는 "SNS를 통한 주주 간 소통과 집결이 쉬워졌으며, 경영권 획득 및 기업지배구조개선 수단으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제도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로는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막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나 7개 은행 지주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이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은행들이 주주 환원에 충분히 응하지 않을 경우 1% 미만의 지분을 가진 은행들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모아 주주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액주주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태도도 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회계법인 관계자 A씨는 "이전처럼 일방통행하듯 가선 안되고 주주를 존중하는 등 기업들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미흡한 정관규정 등 분쟁사례로 갈 수 있는 시그널이 있는지도 미리 판단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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