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추가 하락…삼성전자, 그래도 감산 안하는 이유는?
메모리 추가 하락…삼성전자, 그래도 감산 안하는 이유는?
  • 뉴시스
  • 승인 2023.02.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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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영업익 2700억…적자 겨우 면해
삼성 "인위적 감산 불가 방침"…DS 적자 버틴다
미래 준비해 회복기에 더 큰 수익 노려
김선웅 기자 =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8.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이인준 기자 =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상반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인 가운데, 삼성전자도 올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메모리 사업에서 적자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메모리 사업은 경기 사이클과 밀접해 당장은 손실을 보더라도 수요가 회복하면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차입금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양대 품목 평균 가격이 올 1분기에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1월31일 기준 PC용 D램의 계약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20% 하락했고, 단기적으로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평균 판매단가가 D램은 30% 초반, 낸드플래시는 20% 후반대 하락폭을 보였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 부문은 메모리 업황 침체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9% 줄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DS 사업부문이 올 상반기 중에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적자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삼성전자 DS 사업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하지만 실적 부진에도 웨이퍼(원판)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를 계획 대비 소폭 늘렸고 올해 투자도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감산 대신 중장기 차원의 설비투자를 이어가며 경쟁 업체들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경쟁사 추격에 감산 대신 '초격차' 배수진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감산을 하지 않는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경쟁사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자체 판단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3년 이래 지난해까지 30년 연속 메모리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2~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추격이 만만치않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 기록을 경쟁 업체에 잇달아 내줬다. 시장 점유율도 트렌드포스 기준 D램은 지난해 1분기 43.5%에서 3분기 40.7%로, 낸드는 같은 기간 35.3%에서 31.4%로 밀렸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경기에 따라 일정한 진폭과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메모리 업계 1위다. 경쟁 업체들이 감산에 나선 가운데, 손실을 보더라도 버티기만 하면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짚고 상승할 때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역발상'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전화회의) 방식의 실적 발표를 통해 "단기적으로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추진하며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그로스(메모리 생산량 증가율)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를 멈추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시황 약세 우려에도…"미래 준비할 기회" 여겨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은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이후 가격의 하락폭이 기존 예상보다 소폭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적자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배경에는 적극적인 재고 관리가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가격을 낮춰 고객사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재고자산을 매출원가에 평가손실로 반영하는 등 재고 조정에 나섰다. 그 결과 재고자산은 지난해 3분기 57조3198억원에서 4분기 52조1879억원으로 9%(5조1000억원) 감소했다.

차입금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10조3333억원으로, 전 분기 12조4620억원보다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36%에서 26%로 줄었다. 현금성 자산은 115조2279억원으로 전 분기 128조8199억원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차입금을 제외해도 동원할 수 있는 순 현금이 104조89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김재준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객사의 재고 조정 자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는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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