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만 414%"…진퇴양난 저신용자 노리는 불법 사채
"이자율만 414%"…진퇴양난 저신용자 노리는 불법 사채
  • 뉴시스
  • 승인 2023.02.01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체비 시간당 5만원...가족 협박하는 경우도"
일각에선 "법정최고금리 인하해야" 지적
대부업 대출자수 221만명→106만명
지난해 10만명 불법 사금융 밀려났을 듯
이무열 기자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에서 노인이 홀로 TV를 보고 있다.

한재혁 기자 = #최근 직장을 그만 둔 김모(32)씨는 지난달 초 생활비가 급해 불법 사채를 사용해 70만원을 당일 대출 받았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은행 신용 대출을 받아왔으나, 직장을 그만 둔 이후 고정 수입이 없어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씨가 약속한 원금을 일주일 내 재차 갚지 못하면서 매 주 30만원의 이자가 붙었다. 결국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결국 원금을 넘어선다. 김 씨의 금리는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600%에 이른다.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차주들이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까지 막히자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대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법정최고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부실위험이 큰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연간으로 10만명 가량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 대출자 수는 106만4000명으로 2021년 말 보다 5만6000명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부업계의 폐쇄나 대출이 축소되고 있는 흐름이 반영될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출자 수가 11만명 가량 줄었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같은 기간 대부업 대출 잔액은 15조8764억원으로 1조2335억원(8.4%) 늘었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이 7조3276억원으로 전체의 42.6%를 차지했고 담보대출은 8조5488억원으로 전체의 53.8%로 집계됐다. 담보대출 비중 2021년 말 대비 1.9%포인트 늘었다. 신용대출이 줄고 담보대출이 늘었다는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이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지만 저신용들을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모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221만명에 달했던 대부업 이용자는 2021년 112만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상반기엔 106만명까지 내려갔다. 2년 반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대부금융협회는 2021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이 40만명, 금액으로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신용평가사 자료 등을 분석한 바 따르면 법정최고금리가 2%포인트 인하될 때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나는 차주들의 신용대출 규모는 5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2금융권이 조달금리도 무섭게 올랐다. 최근들어 시장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이 수준에서 대출을 받던 차주들은 비제도권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취약계층 대출의 최후로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카드사·대부업체 역시 한도를 축소하거나 신규 대출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약 42조0812억원으로 전년 동기(50억7597원) 대비 18%포인트 감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여전채를 매입하면서 올 상반기 카드론 한도가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카드론 한도 확대가) 체감이 될 시기가 되려면 2분기 초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제도권 금융'으로 꼽히는 대부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26일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계 1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연체율 급등과 조달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까지 총 상위 대부업체 69곳 중 13곳이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취약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2019년(11만5622건)을 기록한 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2020년 이후, 2020년(12만8538건), 2021년(14만3907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불법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법정최고금리인 20%를 20배 이상을 상회하는 414%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접수된 피해사례로만 한정할 경우, 평균 이자율은 506%까지 치솟았다.

대부중개 플랫폼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대출나라' 등에서 생활비 등 대출 상담을 신청한 차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업체가 조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부업체가 폐업을 한 상태에서도 플랫폼 내 홍보를 지속하는데 이는 미등록 대부업으로 간주된다"며 "심지어 합법 업체들이 법정최고금리를 어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업체가 법정최고금리를 준수하는지 차주가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상황에 맞게 법정최고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 인상보다는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 상향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법정최고금리와 조달금리간의 스프레드(금리차)가 축소되고 법정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던 가계들이 대출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