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불금인데 5초 만에 잡혀"…요금인상 첫 주말 '택시잡기' 수월
[현장]"불금인데 5초 만에 잡혀"…요금인상 첫 주말 '택시잡기' 수월
  • 뉴시스
  • 승인 2023.02.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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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요금 인상…심야 할증 6700원 오른 뒤 확 바뀐 '불금' 풍경

자정까지 곳곳에 빨간색 '빈차' 표시…"택시비 아끼려 술 자리 파해"

대중교통 끊기기만 기다리는 택시 "손님 줄어든 거 피부로 느껴져"

자정 무렵에야 택시 타는 손님들…"콜 부르면 금방 와" 수월한 호출

승객 "택시 잘 잡혀 편해"…기사 "한두달 뒤면 수입 오를 것" 기대감
정진형 기자 = 서울 중형택시 요금 인상 사흘째인 지난 3일 오후 11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지어 서있다. 

정진형 기자 = 자정을 약간 넘긴 시간,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5초도 채 안 돼 택시가 잡혔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금천구까지 15㎞ 남짓한 거리에 예상 요금 2만6000원이 결제됐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 이후 첫 번째 금요일인 지난 3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는 빨간색 '빈차' 표시등을 띄운 택시가 어렵지 않게 눈에 잡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주말 도심에서 늦은 밤 택시를 잡으려던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풍경이 연출됐으나, 이번 주말에는 '택시 대란'이 다소 해소된 모습이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일부터 4800원으로 종전보다 1000원(26.3%) 올랐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2㎞에서 1.6㎞로 줄었다. 거리당 요금도 132m당 100원에서 131m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로 조정됐다.

지난해 12월 바뀐 심야 할증 체계까지 적용하면 밤 시간대 기본요금은 오후 10시부터 11시, 오전 2~4시에는  5800원,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 사이에는 무려 6700원까지 올랐다.

오후 10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 거리 일대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는 행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빈차' 표시등을 띄운 택시 수대가 쉴 새 없이 도로 위를 달렸지만 택시를 잡아타는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작구 집까지 대중교통으로 간다는 김모(37)씨는 "지인들이 택시비 많이 올랐으니 2차는 가지말자고 해서 술자리를 일찍 끝내고 버스를 탔다"며 "가스요금을 비롯해 온갖 물가가 다 올라 부담돼서 그런지 다들 택시비도 아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진형 기자 = 서울 중형택시 요금 인상 사흘째인 지난 3일 오후 11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지어 서있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김모(34)씨도 여의도에서 공덕역 오거리까지 택시를 탔다며 "택시 기사 아저씨가 하도 콜이 안 울려서 카카오톡이 고장난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씨도 택시비 부담에 일찍 술자리를 파했다고 한다.

밤이 깊어졌지만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거리 곳곳에는 줄지어 선 채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택시기사 정모(61)씨는 "5시부터 나왔는데 7만원 벌었다. 손님이 줄어든 게 피부로 확 느껴진다"며 "금요일에 이런 적이 없었다. (대중교통) 차가 끊길 때면 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정 급한 사람들만 탄다"며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빨간 빈차 표시등이 꺼진 채 뒷좌석에 손님을 태운 택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콰하게 술기운이 오른 남성 일행 4명이 차도로 나오자 '빈차' 표시등을 띄운 택시 두세대가 앞다퉈 다가와 차를 세웠다. 일행은 자리를 옮기려는 듯 한 택시에 모두 몸을 싣고 떠났다.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에게 손사래를 치고 지나가는 택시도 보였다. 승차를 거부당한 30대 남성 A씨는 "경기도 일산까지 간다고 해서 그런 거 같다"며 "그래도 콜 부르면 금방 온다"면서 앱으로 5초만에 다른 택시를 호출했다.

정병혁 기자 =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26.3%) 올랐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한 택시에 요금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개인택시 강제 휴무제인 부제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늦은 밤에 영업을 하는 택시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게 기사들의 설명이다.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 후 택시를 개업했다는 서모(62)는 "예전엔 이틀 일하면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했는데 택시 부제가 풀린 뒤 야간에 마음대로 나가는 차들이 아주 많다"며 "택시 잡기는 훨씬 편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4년 만에 오른 택시요금을 바라보는 승객과 택시기사들은 변화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동작구에 사는 이모(37)씨는 "택시비가 오르니 택시가 외려 잘 잡혀서 편하다"며 "사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실어다주는 서비스가 기본요금 1만원도 안 되는 게 말이 안 됐다. 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가려다보니 술자리가 일찍 끝나게 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12년 째 택시를 몰고 있다는 박모(72)씨는 "그래도 이게 좋다. 그 전에는 회사에서 야간 운행하라고 반강제로 나오라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며 "택시 대란 때 시민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택시 잡기에 고생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는데 이 정도가 적당한 거 같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서씨도 "택시 타는 사람들도 줄었지만 그만큼 요금이 오른 것으로 세이브가 돼 수입은 비슷하다"며 "한두달 지나면 택시 승객도 다시 늘어날 거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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