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암 환자 시신기증 덕…"발병·전이과정 세계 첫 규명"
담낭암 환자 시신기증 덕…"발병·전이과정 세계 첫 규명"
  • 뉴시스
  • 승인 2023.0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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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팀
사망자 2명 신속 부검·담낭암 환자 9명 추가 분석
암 전단계서 세포 돌연변이 경쟁→진화→암 생성
이후 돌연변이 발생→클론 진화→경쟁→일부 전이
클론 시간·공간적 변화 추적해 표적항암제 사용해야
 암을 구성하는 세포군집(클론)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새로운 여러 개의 클론으로 진화했다. 이후 경쟁을 통해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 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됐다. 

백영미 기자 = 국내 의료진이 정상 담낭(쓸개) 상피 세포가 전암성(암 전단계) 병변을 거쳐 담낭암으로 발전하고 이후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과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팀(혈액종양내과 강민수 교수·병리과 나희영 교수·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안수민 교수)은 전이성 담낭암으로 사망한 환자 2명을 신속히 부검해 다수의 정상조직, 전암성 병변, 원발암(암세포 조직이 처음 생성되기 시작한 상태)·전이암 병변을 확보해 연구하고, 담낭암 환자 9명을 추가로 분석해 담낭암의 발병 및 전이 과정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 전암성 병변에서부터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가 매우 다양했고, 이에 따라 여러 개의 세포군집(클론)으로 구성됐다. 클론끼리 경쟁하는 과정에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는 진화 과정(‘다윈의 진화론’의 ‘적자생존의 원칙’)을 거치면서 원발암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진화된 암을 구성하는 클론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새로운 여러 개의 클론으로 진화했다. 이후 경쟁을 통해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 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됐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 1개 또는 클론 1개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암 세포 또는 클론이 동시에 전이됐다. 전이된 암 세포나 클론 역시 돌연변이가 생겨 다양한 클론으로 진화했고 경쟁을 거쳤다.

연구팀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담낭암 환자의 몸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 담낭암을 치료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담낭암을 치료할 때 가능한 종양 클론의 시간·공간적 변화를 추적해 암 관련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담낭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암성 단계에서부터 존재하지만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암세포 일부에서만 관찰된다”면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암 유전체 데이터에서 단순히 돌연변이 존재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종양 클론의 시간과 공간적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담낭암의 발병 및 전이 기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지만,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로 연결하려면 각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개발이 필수"라면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신 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환자 두 분과 유가족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담낭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쓸개즙을 농축·저장하는 주머니다. 여기서 생기는 암세포의 덩어리가 담낭암이다. 담낭암은 전 세계 평균 발병률은 암 중 20위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8위)을 포함한 태국, 중국,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고 상당수가 진행된 후에 발견돼 완치가 쉽지 않다.

이번 연구는 2018년 교육부의 한국형 SGER(Small Grant for Exploratory Research)과제로 선정돼 3년간 지원을 받았다. 의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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