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와 쌍방울 임원들, 해외도피·증거인멸 조직적 연계
김성태와 쌍방울 임원들, 해외도피·증거인멸 조직적 연계
  • 뉴시스
  • 승인 2023.02.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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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사진기자단 =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변근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호화로운 해외도피 생활을 도운 그룹 임직원들의 구체적인 행태들이 확인됐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을 위해 각종 한식 식재료를 공수하고 휴양지 리조트 등지에서 편안히 생활하도록 돕고, 생일에 유명 가수를 초대해 파티를 연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범인도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받는 쌍방울 임직원 12명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 계열사 광림 부사장 이모씨는 2022년 7월 초 김치, 고추장, 젓갈, 굴비 등 김 전 회장이 해외도피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음식물을 냉동 스티로폼 4박스에 담아 전달한다.

한식 밖에 먹지 못하는 김 전 회장이 사람들의 눈 때문에 한인식당에 가지 못하고 친구나 지인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해 외로워하며 힘들어하고 있어 이를 달래고자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출국 때까지 4일 간 김 전 회장과 태국 휴양지에 있는 2층 규모 풀빌라 리조트에서 함께 지내며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며 도피 생활을 도왔다.

또 같은해 7월 말에는 김 전 회장의 생일을 맞아 대대적인 축하를 해주기 위해 한 차례 더 김 전 회장을 방문한다.

이때는 들기름, 참기름, 과일, 생선, 전복, 김치 등 각종 음식물과 생활용품, 발렌타인 30년산 등 고급양주 12병을 들고 가 전달했다.

또 생일 당일에는 숙소 근처 노래방에서 유명 한국 가수를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하려던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동생이자 쌍방울 그룹 부회장인 김씨는 2021년 11월10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이 제공한 법인카드를 사용해 수천만원을 유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같은달 13일 김 전 회장으로부터 "관련 자료가 있는 PC를 전부 교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김 부회장은 즉각 전화를 해 방모 쌍방울 부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임직원들에게 쌍방울 본사 건물로 모일 것을 지시하고, 구체적인 증거인멸 방법 등을 논의해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직원 A씨가 출근해 업무를 하고 있자 방 부회장은 증거인멸행위가 들킬 것을 염려해 "오늘은 그만 퇴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A씨가 계속 버티며 업무를 하자 김 부회장은 "빨리 나가라고 해!"라고 소리를 질러 A씨를 내보낸 뒤 해당 사무실 재경팀, 총무인사팀 담당자가 사용하던 PC에서 이 전 부지사의 이름을 검색해 관련 내용이 담긴 파일이 있는지 확인한 뒤 모두 새로운 PC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김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쌍방울 임직원들은 이틀에 걸쳐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관련 내역이 있는 PC를 모두 특정한 뒤 하드디스크를 빼내 파괴하고 새로운 PC로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건물 CCTV 전원까지 차단했다.

쌍방울 윤리경영실장인 B씨는 또 2022년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쌍방울 그룹의 이상한 자금흐름과 관련한 첩보를 검찰에 이첩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그룹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을 예상해 윤리경영실에 있는 PC 하드디스크를 전부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또 그해 6월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수사기밀 자료를 전달받은 뒤 이 '수사기밀 문건'과 이 과정에서 사용된 PC와 노트북을 파쇄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지난달 30일 쌍방울 임직원 등 12명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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