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법쩐' 문채원 "이선균과 로맨스 없어서 깔끔했죠"
[인터뷰]'법쩐' 문채원 "이선균과 로맨스 없어서 깔끔했죠"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02.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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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

최지윤 기자 = 배우 문채원(37)은 연기 변신을 의도하진 않았다. 드라마 '악의 꽃'(2020) 종방 후 영화 '우리들은 자란다'(감독 최원섭) 개봉이 미뤄져 뜻하지 않게 공백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SBS TV 종방극 '법쩐'으로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 검사 출신 법무관 육군소령 '박중경'으로 분했다. 처음엔 거의 민낯으로 연기하는 데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동화됐다. 영화 '스포트라이트'(감독 토마스 맥카시·2016) 속 레이첼 맥아담스(45)를 참고했다며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변신을 계획해 '이전 드라마와 다른 게 있을까?' 고민하면서 접근하진 않았다. 그래도 기왕 만났으니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작업했다. 악의 꽃 이후 영화로 분위기를 풀어서 법쩐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데뷔 초를 제외하고 언젠가부터 화장을 많이 하고 나오는 역이 없었지만, 이번엔 너무 최소화해 처음에는 '그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멋있게 만들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초반에 몇 번 찍고 금방 괜찮아졌다."

이 드라마는 돈 장사꾼 '은용'(이선균)과 법률 기술자 '준경'(문채원)의 복수극을 그렸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김원석 작가와 영화 '악인전'(2019) 이원태 감독이 만들었다. SBS TV 금토극 편성 효과를 봐 1회 8.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12회 11.1%로 막을 내렸다. 준경은 사법고시와 연수원 수석을 한 모범생으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스스로도 "현실에서 만나기 조금 드물다. 약간 딱딱하고 차가워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이라며 "모범생이라서 재미도 없고 조금 건조하지 않느냐. 누구를 만날 때 항상 단정할 것 같아서 끝까지 일관성있고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작가님이 '건조한데 생명력은 있어야 한다'고 해 참 어려웠다. 계속 연구하고 연습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찍었다. 스포트라이트 속 어른들을 보면 정말 멋있더라.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선 좀 힘들더라. 자신의 일을 묵묵히, 책임감있게 해 멋있었는데, 준경에게도 그런 모습이 나오길 바랐다. 현장에서 모니터링 해도 막상 TV로 보면 아쉬움이 남더라. 그래도 같이 한 배를 타고 이 작품을 찍었고, 만족감에 의미를 많이 두려고 했다."

평소 팬이었던 이선균(48)과 호흡하며 배운 점도 많다. 제작발표회에서 "선배와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다. 꿈을 이뤘다"고 할 정도다. "혼자 시청자, 관객으로서 좋아했는데, 같이 호흡하니 좋았다"며 "선배는 사람 냄새가 많이 났다. 어떤 대사를 해도 말이 되게끔 해 신기하더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너지가 났다"고 만족했다.

후반부에 '은용과 준경의 로맨스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시청자들도 많았다. 러브라인 없이 끝나 아쉽지는 않았을까. "나중에 연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과거 두 사람이 좋아했을 것 같았다"면서도 "사전미팅 때 물어보니 작가님이 '그런 감정선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로지 가족처럼 의지하고 서로 곁을 내어주는 관계라고 하더라. 오히려 깔끔했다. 만약에 애매하게 (멜로를) 넣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멜로는 없었지만, 사랑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옆에 좋은 사람 한 명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회에서 은용의 기막힌 작전으로 '명 회장'(김홍파)과 '황기석'(박훈)은 구속됐다. 준경은 어머니 '윤혜린'(김미숙)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책을 냈고, '장태춘'(강유석)과 함께 정의로운 검사의 길을 걸었다. "결말은 만족했다. 돈과 권력을 빼앗고 지은 죄의 값을 치르게 해 '이만한 복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주인공들의 마음이 편안해진 거까지 보여줘서 좋았다. 물론 굉장히 짜릿하고 통쾌한 복수는 아닐 수 있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이 엄청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고 짚었다.

문채원은 데뷔 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보다 지금이 편해 보였다. 그 동안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2008)를 비롯해 '공주의 남자'(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 '굿 닥터'(2013),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2015) 등에서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이후 '굿바이 미스터 블랙'(2016) '크리미널 마인드'(2017), 악의 꽃 등 액션물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봐주느냐에 따라 다음이 있는 것"이라며 "특정 장르·캐릭터만 계속하면 에너지가 소모되고 재미가 떨어져 조금씩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좀 더 넓어지면 좋은데, 지금은 선이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시청자로서 즐기는 건 좋지만, 너무 납득이 안 되는 밝음을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도 내 역량이 있으니까. 악역 도전할 생각은 없냐고? 해본 적이 없지만,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라지 않을까. 대중들이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던 때가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화양연화는 편안한 시기다. 이전에는 마음이 편안할 때가 없었다. 지금이 과거보다 편안하고, 앞으로 조금 더 편안한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남들이 좋은 시기라고 해도 내 마음이 그렇지 않으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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