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급등한 환율...1300원 넘을까
다시 급등한 환율...1300원 넘을까
  • 뉴시스
  • 승인 2023.02.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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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PI, 물가 둔화 여부 주목
일본 차기 총재 변수
미-중 갈등, 위안화 약세 작용
 최진석 기자 =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68억 달러 가량 늘어나는 등 3개월 연속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3년 1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99억7000 달러로 전월말(4231억6000만 달러)보다 68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석 달 연속 증가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확인하는 모습

류난영 기자 =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270원대로 올라섰다. 탄탄한 미국 노동시장으로 인해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어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8~9원 가량 오르면서 1270원 초반 대에서 등락중이다. 장중 1275.0원까지 급등하면서 고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장중 1210원대로 내려 섰던 환율은 미 노동지표가 발표된 직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전거래일 까지 지난 6거래일 동안 39.8원이나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직후인 지난 2일엔 장중 1216.4원까지 내려간 바 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환율이 122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7일(1216.6원)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에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후 발표된 고용지표가 잇따라 호조를 보이면서 추가 금리인상 우려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9.1원, 6일 23.4원, 7일 2.5원, 8일  원 등 6거래일 동안   원 뛰었다.

미 노동부는 3일(현지시간) 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51만7000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8만7000건) 증가 보다 3배 가까이 웃도는 것으로 지난해 월평균 고용(40만1000건)도 상회 하는 수준이다. 1월 실업률도 3.4%로 전월(3.5%) 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면서 1969년 5월 이후 53년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 노동부는 8일(현지시간)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1만3000건 늘어난 19만6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말 이후 이어진 감소세가 멈춘 것으로 시장 전망치(19만건)를 넘어섰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8만8000건으로 전주 보다 3만8000건 늘었다.

지난주 고용지표에 이어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것은 금리 인상에도 경제가 버틸만 하다는 것으로 연준의 긴축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긴축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져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취업자수 증가폭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실업률도 1969년 이후 53년 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이 5.0~5.25%가 될 것으로 전망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상 조기종료를 예상한 일부 투자은행도 전망을 상향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도 3월 0.25%포인트 인상을 90.8%로 반영하고 있으며, 3월에 이어 5월 연속 인상도 71.8%로 반영하고 있다.
 
강한 고용 속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경우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준의 정책 강도가 심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부각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는 금리인상 중단으로 이어져 달러 약세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연착륙 기대는 긴축 강도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준은 3월 21~22일, 5월 2~3일 FOMC 정례회의를 연다. 또 1~2월 미 소비자물가, 미 연준이 주시하는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가 남아있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이 지표들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들어 엔화와 유로화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가운데 엔화와 유로화가 전체의 70% 가량 차지한다. 
 
지난 10년 간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는 일본이 정책을 선회할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4월 8일 임기가 끝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후임으로 학계 출신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기용키로 했다. 우에다 총리 지명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금융정책 연구자로 일본이 1990년대 후반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 도입을 지지한 인물이다.

우에다 총리 지명자는 "경기와 물가 상황에 따라 금융 정책을 펴야 한다"며 "현재의 일본은행 통화정책이 적절하고, 현 상황에서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비둘기적 발언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아마미야 부총재 대신 우에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기용하기로 하면서 초저금리 정책이 빨리 끝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은 우에다의 과거 발언이 매파적이라는 분석에 주목하면서 엔화 강세에 배팅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초저금리 정책)를 지지해온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인행 총재 대비 유연한 인사가 임명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임명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시장 움직임은 바뀔 수 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변수도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후반부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 상승(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면 환율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원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안화는 정찰 풍선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으로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 기대보다 미흡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될 지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 경제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위안화 강세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지표 등 미 연준이 중시하는 데이터 발표가 아직 남아 있어, 환율이 다시 13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소비자물가(CPI) 지수에서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을 경우 원화 약세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6.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전월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금융시장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완화됐었던 점을 고려하면 플러스 전환은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계감을 키울 수 있다.

이미 미시간대가 발표한 1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2%로 전월(3.9%) 보다 높게 나오면서 CPI 발표를 앞두고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비해 빠르게 완화되지 않는 다면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 후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연준이 원하는 물가 둔화 수준까지 가는 동안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커지거나, 실업률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1300원을 다시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상황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금융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1월 소비자물가 불안이 재차 확인될 경우 달러화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 해 단기적으로 13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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