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보다는 경기…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로 동결
물가 보다는 경기…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로 동결
  • 뉴시스
  • 승인 2023.02.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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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경기침체 우려 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 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속 금리 인상 행렬이 7차례로 마무리 됐다. 또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도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5%대의 높은 물가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물가를 꺾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경기 둔화로 금융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고, 긴축적인 금융여건은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물가 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함께 고려하는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의 금리인상 효과와 이에 따른 경기 충격 정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도 지난해 물가에 집중됐던 것에서 이제는 성장 쪽으로 모아지고 있고, 정부 정책 우선순위도 물가안정에서 경기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2월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경기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로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도 부진해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8차례 연속 인상할 명분도 약해 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 적자폭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 대로라면 이번달까지 5개월 연속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335억49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민간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를 기록해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역성장을 나타내면서 한국이 '기술적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대출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가계대출은 감소 전환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7조8000억원 감소한 174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가계대출이 감소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소비자물가가 5%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은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5.0%)보다 소폭 상승한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2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4.0%로 나타나 3개월 만에 다시 4%대로 올라섰다.

한·미 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로 한국(3.50%)과 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다. 이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3, 4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 금리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져 역대  최대로 확대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지속 우려에 1200원 초반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도 전날 1304.9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2개월 만에 1300원을 다시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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