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치매진단?…해외학회 "기준 아냐, 써도 전문의만"
뇌파로 치매진단?…해외학회 "기준 아냐, 써도 전문의만"
  • 뉴시스
  • 승인 2023.03.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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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회들 "전문지식·충분한 훈련 필요"
의협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명백한 불법"
한의계 "판독된 내용 보조적 활용…안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뇌파 측정 기기(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 판단을 앞두고 해외학회들이 뇌파계로는 파킨슨병·치매 등 뇌질환을 진단할 수 없다거나, 활용하더라도 전문지식이 있는 숙련된 신경과 전문의만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백영미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뇌파 측정 기기(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 판단을 앞두고 해외학회들이 뇌파계로는 파킨슨병·치매 등 뇌질환을 진단할 수 없다거나, 활용하더라도 전문지식이 있는 숙련된 신경과 전문의만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신경학연맹(World Federation of Neurology)·국제 파킨스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International Parkinson and Movement Disorder Society)·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Asian and Oceanian Association of Neurology)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대한신경과학회에 각각 전달했다.

국제 파킨스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와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뇌파 검사가 아닌 신경과 전문의들의 세심한 병력 청취와 숙련된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 파킨스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지난달 의견서를 통해 "현재 뇌파 검사는 2015년 학회가 발표했고 글로벌 파킨슨병 진단 표준이 된 '파킨슨병 임상 진단 기준'(동작의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경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서 "반드시 신경학에 대한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도 이달 초 "현재 글로벌 기준으로 사용되는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뇌파 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와 전기생리학적 검사는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파킨슨병·치매 진단은)다른 의료 분야에 맡길 수 없고, 철저히 교육 받은 신경과학회 내 신경과 전문의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신경학연맹은 뇌파 검사는 아동 신경학과 신경외과, 중환자 치료 의학 등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전문지식을 갖춘 신경과 전문의에 한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학회는 지난달 의견서를 통해 "뇌파(EGG) 검사는 여러 신경 질환의 진단과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매우 민감한 기술로 신경학적 전문지식 뿐 아니라 해석, 대상 질환 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면서 "반드시 임상 지식이 있고 철저한 교육을 받은 신경과 전문의가 검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환자 입장에서 뇌파 검사가 신경과 전문의 등 전문가에 의해서만 수행되고 해석된다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고, 이는 전 세계 과학계에서 통용되는 엄격한 기준"이라면서 "다른 의료 분야에 맡길 수 없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의사의 뇌파 측정 기기 사용은 한방 의료행위를 넘어서는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뇌파계는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바탕으로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서 한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면서 "뇌파계 사용과 같은 한의사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와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불법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의사들이 특히 환자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뇌파계의 불법적인 사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의계는 "뇌파계는 자동으로 뇌파를 판독해 주기 때문에 한의사는 판독된 내용을 보조적으로 활용했을 뿐이며 환자의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9월 접수된 한의사 A씨가 뇌신경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뇌파계를 파킨슨병·치매 진단에 활용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원합의기일 심리를 지정하고 현재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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