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영향"
"장내 미생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영향"
  • 뉴시스
  • 승인 2023.03.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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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김석진·윤상은 교수팀
유전자 분석해 장내 미생물 영향 규명

백영미 기자 =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 결과에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DLBCL)이란 우리 몸의 B 림프구에서 발생한 혈액암으로, 림프종 중 가장 빈도가 높아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발생하는 림프종 환자 6000여 명 중 약 40%가 이 질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윤상은 교수 연구팀은 병원에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CJ 바이오사이언스와 장내 미생물을 공동 연구 분석한 결과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항암 치료 후 호중구 감소성 발열과 같은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주고, 치료 후 재발 등 불량한 예후(경과)와 관련이 있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 189명을 모집해 대변을 채취하고, 이들 중 158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장내 미생물의 상태와 현황 등을 파악해 나이와 성별을 맞춘 건강한 일반인 대조군과 비교했다. 검체의 전체 유전자를 검사하는 유전자 전장 검사(WGS)를 통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 상관 관계를 밝힌 것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과 달리 장내 미생물 환경이 불균형을 이뤘다. 건강한 일반인 대조군과 달리 장내 미생물 분포에서 종의 다양성이 현저히 낮은 반면 유해균에 해당하는 엔테로박테리아와 수테렐라는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의 치료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인 열성 호중구 감소증 역시 엔테로박테리아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열성 호중구 감소증이란 38.3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백혈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현저히 낮은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기존 치료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고, 하더라도 계획보다 낮은 농도로 약물을 투여해야 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연구팀이 추가로 환자 106명의 유전자를 전장 분석한 뒤 엔테로박테리아가 확인된 추정치를 기준으로 환자를 양분했을 때, 낮은 환자들에서 무진행 생존율이 11.9배 낮았다. 해당 장내 미생물이 많은 환자의 경우 그만큼 재발이나 병의 진행이 더 잦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병원 림프종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림프종 치료 성적 항상을 위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조절하는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라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병과 싸우는 환자들과 가족에게 연구를 통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치료하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진행해 위험하지만 B림프구를 겨냥하는 단클론항체와 항암화학요법(항암제 치료)을 병행하는 치료를 하면 약 75~80% 이상에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반응을 보인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40%로 적지 않아 많은 환자들을 낙담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항암제 치료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호중구 감소증으로 인해 감염이나 패혈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겨서 치료가 어려워진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 대한혈액학회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최근 혈액학 분야 학술지 ‘블러드(Blood)’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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