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상보다 싱거운" KT&G, 표대결서 행동주의 펀드에 '완승'
[현장] "예상보다 싱거운" KT&G, 표대결서 행동주의 펀드에 '완승'
  • 뉴시스
  • 승인 2023.03.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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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표 대결' 예상과 달리 주요안건 모두 현 이사회안 가결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

주동일 기자 =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네요.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 주주들이 결국 현 KT&G 이사회에 많은 힘을 실어준 것 같습니다." (한 KT&G 소액주주)

케이티앤지(KT&G)가 28일 주주총회 '운명의 날'에 행동주의 펀드와의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주총이 열린 이날 오전 10시보다 세 시간 빠른 오전 7시10분부터 주주들이 주총장 앞에 줄을 서는 모습을 보이며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정원 유지와 선임·배당금 등 주요 안건에서 KT&G 이사회 측 안건이 모두 가결되며 KT&G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28일 KT&G는 대전시 대덕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주총을 열었다. 예정된 주주총회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소액주주가 참석하며 의결권 집계를 위한 상호 위임장 등 검증 시간이 소요돼 1시간 30분 뒤인 오전 11시 30분께 시작됐다.

주총장 앞에선 KGC인삼공사 노동조합이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주주총회엔 KT&G의 사외이사 후보 8명이 올랐다.

특히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아그네스)가 추천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한국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가 선임될 경우, 일부 주주들이 이들을 KGC인삼공사의 경영진으로 참여 시키려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노조가 직접 반대에 나섰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사외이사 선임과 함께 ▲정관 일부 변경 ▲자기주식 소각 ▲자기주식 취득 ▲사외이사 현원 증원 여부 결정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을 논의했다.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격적인 해외 시장 확대와 투자, 기술 혁신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고 구성원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KT&G그룹은 최근 5년 동안 매출 최고기록을 매년 경신하며,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KT&G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핵심 사업 분야에 대한 약 3조9000억원의 투자를 기반으로, 2027년 10조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지나, 새로운 20년을 시작하는 첫번째 해를 맞이했다"며 "향후 장기적 관점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인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주주 가치와 구성원 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주주총회에선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을 가결한 뒤 제2호인 이익배당을 논의했다. 당초 KT&G 이사회는 현금배당 5000원을 주장했다. 아그네스는 1만원, 안다자산운용은 7867원을 제안했다. 해당 안건에선 KT&G 이사회의 안이 출석의결권수의 68.1%에 달하는 동의를 얻으며 KT&G가 승기를 잡았다.

제3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에선 아그네스가 제안한 분기 배당 신설(제3-3호)이 출석의결권수의 82.8%에 달하는 동의를 얻으며 가결됐다. 해당 안건은 아그네스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됐지만, 기존에 KT&G 이사회 측에서도 찬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 3-3호 분기배당 신설의 건은 아그네스 측에서 제안했지만, KT&G 이사회에서도 기존에 찬성 의견을 밝힌 건"이라고 설명했다.

28일 대전시 대덕구에서 열린 KT&G 주주총회.

대신 함께 논의한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의 건(제3-1호)'와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의 건(제3-2호)'는 부결됐다.

두안은 각각 출석의결권수 대비 46.2%(약 4363만주), 44.9%(약 4239만주)의 표를 얻으며 부결됐다. 특히 제3-2호가 부결되며 제4호 의안인 '자기주식 소각의 건'도 자동 폐기됐다.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제5호 의안 '자기주식 취득의 건'도 투표 결과 부결됐다. 출석의결권수의 40%에 못 미치는 표를 얻은 이 안건은 보통주식 1200만주를 취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취득가액의 총액 한도는 1조2000억원이다.

당시 아그네스 대리인은 "주가가 저평가됐을 땐 회사가 이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것이 효율적인 주주환원 방법"이라며 "유통량 감소를 통해 주가부양뿐만 아니라 의결권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출석 의결권수의 33.6%에 달하는 표를 얻었다.

주총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사외이사 현원 증원 여부 결정의 건(제6호) 역시 현원 6명을 유지하는 KT&G 이사회 안(제6-1호)이 가결됐다. 안다자산운용 등이 사외이사를 8명으로 증원하는 안(제6-2호)을 내놓으면서 상정된 안이다.

제6-1호가 가결되면 이번 주총에선 사외이사 2명을, 제6-2호가 가결되면 4명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사외이사를 증원하면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후보들이 선임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이번 주주총회에선 역대 최다 사외이사 후보인 8명이 올라왔다. KT&G 이사회가 추천한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 ▲고윤성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 교수 ▲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와 안다자산운용이 추천한 ▲이수형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 코리아 전무 ▲박재환 현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아그네스가 추천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황우진 전 한국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 등이다.

하지만 제6-1호에 출석의결권수의 64.4%에 달하는 이가 찬성하면서 사외이사 현원을 6명으로 유지하게 됐다. 반면 사외이사를 증원하자는 제6-2호엔 34.9%만 동의했다. 결국 이번 주총에선 사외이사를 2명만 선임하게 됐다.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제7호 의안에선 KT&G 이사회가 추천한 김명철·고윤성 사외이사가 전체 후보 중 상위 2위에 달하는 표를 얻어 선임됐다.

김명철 후보와 고윤성 후보는 각각 6494만표와 6331만표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수형(43만), 김도린(1558만), 박재환(74만), 차석용(2610만), 황우진(1522만) 후보 선임은 부결됐다.

두 사외이사는 제9호 의안(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통해 감사위원 자리에도 올랐다. 이들은 김명철 후보는 출석의결권수의 58.5%, 고윤성 후보는  57.7%에 달하는 찬성표를 얻었다.

주총 이후 KT&G는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주주, 사업의 근간이자 경쟁력인 구성원,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반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백 사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믿고 지지해준 주주님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KT&G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주를 비롯한 고객, 임직원, 파트너사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장기적 관점의 성장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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