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찍는 고통' 악성부정맥 치료…통증완화 방법 찾았다
'도끼찍는 고통' 악성부정맥 치료…통증완화 방법 찾았다
  • 뉴시스
  • 승인 2023.04.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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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발생 부위 정확히 진단
해당 부위 전기자극 줄여 충격↓
삽입형 제세동기와 다채널 전극 어레이 구조

백영미 기자 = 도끼로 찍히는 느낌에 비견되는 강력한 전기 충격(제세동) 없이도 돌연사의 주범인 심실세동·심실빈맥 같은 악성 부정맥을 치료할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승표 교수와 서울대 공대 김대형(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현택환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 공동 연구팀은 부정맥 발생 부위를 진단해 큰 충격 없이도 치료할 수 있는 ‘다채널 전기 자극 어레이’를 개발하고,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정맥은 심장에서 생성하는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심실세동과 심실빈맥이 치명적이다. 대개 갑자기 발생해 급사에 이를 수 있어 부정맥 위험이 높은 심부전 환자는 예기치 못한 악성 심실 부정맥을 발생 즉시 치료하기 위해 삽입형 제세동기를 체내에 이식한다.

삽입형 제세동기는 부정맥이 시작된 부위만 자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심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한 전기충격을 발생시켜 부정맥을 차단한다. 이 충격을 통해 심장 전기 신호의 이상을 리셋하고, 박동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제세동기의 충격은 환자에게 통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장의 정상적 수축 기능을 방해할 수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채널 전기자극 어레이를 개발했다.

어레이는 나노 소재 기반으로 부정맥의 시작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고, 해당 부분에만 전기 자극을 적게 가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8개 또는 32개의 전극 채널이 4×2 또는 8×4 로 배치돼 있어 각 전극을 통해 심장의 각 부위에서 전기 신호를 측정한다. 이를 부정맥이 잘 발생하는 심근경색 동물 심장에 적용한 결과, 부정맥의 시작 지점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다.

또 강력한 단발성 충격을 주는 기존 삽입형 제세동기와 달리 다채널 전기 자극 어레이는 부정맥이 시작된 부위를 특정해 심장에서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전기 자극(역치하 자극)을 연속적으로 발생시켜 부정맥 전기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 충격 없이도 악성 심실 부정맥을 조용하게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만일 역치하 자극으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자극의 강도를 순차적으로 높여 치료할 수 있었다.

역치하 전기 자극을 지속적으로 가하면 추가 악성 심실 부정맥의 발생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 모델에서 다채널 전기 자극 어레이를 통해 역치하 전기 자극을 가한 예방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누고 심근경색을 유도한 결과, 부정맥 발생 비율은 예방군과 대조군이 각각 17%, 55%로 대조군에서 3배 이상 높았다.

다채널 전기 자극 어레이는 악성 부정맥의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예방 효과까지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악성 심실 부정맥은 심부전 환자에게 동반되는 가장 위험한 합병증 중 하나로, 이를 치료하기 위한 강한 제세동 충격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부정맥을 통증 없이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이번 연구는 부정맥 치료의 발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검증된 기술을 실제 부정맥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더 큰 어레이로 성능을 향상시키고, 부정맥 진단·치료·예방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미국과학진흥협회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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