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력난'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 172명 증원 추진
[단독]'인력난'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 172명 증원 추진
  • 뉴시스
  • 승인 2023.05.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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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0만명 이상 찾지만 의료진은 부족
교육부·복지부 필요성 공감…기재부 검토
"의대신설보다 기존 의대정원 증원 효과"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필수의료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영미 기자 = 국내 첫 어린이질환 전문 대학병원인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을 170명 이상 증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에 따른 소아의료 체계 공백 우려가 커지자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서울대병원 산하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의료인력 증원 수요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고, 서울대병원은 동결된 의대 정원을 풀어 의사·간호사 등 170명 이상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41만4559명(외래 31만8432명·입원 9만6127명)에 달했다. 특히 희귀·난치·중증질환 어린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 환자를 돌볼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장기화로 환자 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 환자 진료의 특성상 일은 고되고 보상은 적다 보니 19개 진료과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615명(2020년 기준)에 그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A 의료진은 "매년 100억 넘게 적자가 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은 어린이병원에 본원과 비교해 병상 수 대비 더 많은 의료진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지방의 어린이 의료가 고사 위기여서 최근에는 지방의 중증 환자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병원은 중환자실과 수술실 등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인력이 성인보다 훨씬 많이 투입돼 환자를 치료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서울대어린이병원도 30년 넘게 매년 적자(2019년 기준 135억)를 보고 있다.

올해 정부가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해주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도입했지만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대병원의 한 의료진은 "어린이가 아플 때 언제라도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의사와 간호사 등 172명 가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의료진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고, 기획재정부가 증원 규모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이 의료인력을 늘리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의료인 양성을 위한 대학 정원은 교육부와 복지부가 협의해 결정하게 돼 있다. 교육부가 복지부에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하면 복지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의대 정원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에 보내야 한다. 기재부는 공공성이 강한 어린이병원의 특수성과 의료인력 증원요구 규모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증원 규모를 최종 결정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의료인력 증원 추진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방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주말 응급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윤 대통령은 이 병원을 찾아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면서 "관련 부처는 필요한 어떤 재원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를 신설하기 보다 이번처럼 교육시설과 교수진을 갖추고 있는 기존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이 의료 인력 배출에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의대 건물을 새로 짓고 시설과 장비를 마련해 교육 여건을 갖추려면 막대한 돈과 자원이 투입돼야 하고, 해부학 등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인 데다 어린이병원을 찾는 환자의 경우 중증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병원 의료 인력 확대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의 B 의료진은 "어린이는 성장과 발달을 거듭하는 만큼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특히 어린이병원의 경우 희귀·난치, 중증질환 어린이가 찾는 경우가 많고 검사, 처치 등 진료과정에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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