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세끼 죽만 먹는 고통"…식도암 환자 맞춤식 만든다
"하루세끼 죽만 먹는 고통"…식도암 환자 맞춤식 만든다
  • 뉴시스
  • 승인 2023.05.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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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삼성웰스토리
수술 후 먹는 문제 해결 협력
"먹는 즐거움 되찾아 줄 것"
삼성서울병원 전경

백영미 기자 = #. 식도암 수술을 받은 A씨(65)는 웃는 날이 드물다. 처음 식도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 수술 성공만을 바랐는데, 수술은 잘 됐지만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나니 이보다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멀건 죽을 먹다 보면 끼니조차 귀찮아 건너뛰기 일쑤고, 모처럼 밥 같은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돼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살이 빠진 뒤론 병색이 완연해 만나는 사람마다 “괜찮냐”고 묻는 통에 바깥 출입도 끊었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가 A씨와 같은 식도암 생존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되찾아 주기 위한 '맞춤식'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는 2023년도 국립암센터 암생존자 헬스케어연구사업을 통해 ‘식도암 생존자의 건강회복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행동이론 기반 맞춤형 영양 중재 프로그램 개발 과제’를 공동 수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케어푸드 개발 역량과 고객 건강관리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삼성웰스토리와 협업해 오는 2025년 말까지 ‘식도암 생존자 영양 중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일반식과 맛과 영양이 유사하면서도 식도암 생존자의 특성을 고려해 소화가 잘 되는 ‘식도암 생존자 맞춤식’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연구 책임자는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 겸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오랫동안 연구한 이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다. 또 삼성웰스토리의 연구개발 전문조직인 연구개발(R&D)센터가 케어푸드 식단 개발을 진행한다.

식도암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5년 상대 생존율이 30%에 불과했지만, 보건복지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20년도 암 등록통계를 보면 42%로 증가하는 추세다. 식도암 병기에서 조기인 1기에 해당하는 환자만 따로 떼어내 보면 8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식도암 환자의 생존율이 늘어난 만큼 삶의 질을 빼놓고 치료 결과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식도암 환자의 3분의 1이 조기에 발견된다는 보고를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식도암 수술 후 위장관 구조의 영구적 변화로 식사에 불편을 겪는다는 점이다. 암이 발생한 식도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위나 대장, 소장 등 다른 장기로 재건하기 때문이다. 대체 장기는 식도처럼 연동 운동을 하지 못하고, 섭취한 음식이 머무는 공간도 이전보다 부족하다. 죽부터 시작해 하루에 여러 차례 나눠서 조금씩, 천천히 먹어야 한다.

그래도 생존자들은 여전히 식사 후 역류 문제나 답답함, 호흡곤란을 호소할 때가 잦다. 이 경우 뾰족한 수 없이 음식 섭취를 잠시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는 게 최선이다. 음식 섭취가 너무 힘들 땐 단백질 함유 음료 등을 이용해 식사를 대체할 것을 권하긴 하지만 이 또한 오래 지속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 교수는 “(식사 문제는)수술 후 환자의 절반 이상이 10% 이상의 체중 감소를 겪는 이유이자 환자들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 아니라 장기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암병원 개원 당시부터 암교육센터를 만들고, 2015년  ‘환자 중심 삶의 질 연구소’를 열어 식도암 수술 환자들을 대상으로 영양교육과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번 과제의 성공이 추후 다른 암종 환자들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병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조 교수는 “식도암 생존자들이 흔히 겪는 문제이지만, 의료진은 지나치기 쉽고 일반인들은 숨쉬 듯 당연한 일이라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죽고 사는 일만큼 급박하고 중요한 문제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번 과제를 반드시 성공시켜 식도암 생존자들이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김홍관 폐식도암센터장(폐식도외과 교수)을 연구책임자로 오는 2027년 말까지 ‘식도암 생존자의 미충족 요구 발굴 및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임상시험 준비 코호트 구축’ 과제도 진행한다. 식도암 진단 시부터 장기 생존까지 이르는 삶의 질 변화와 생존기별 미충족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관리로 이어지게 해 식도암 환자의 회복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다.

조 교수가 삼성웰스토리와 진행하는 식도암 생존자의 영양 중재 프로그램 개발과도 연계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암센터 식도암팀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 4000건을 달성했다. 최근 10년 새 매년 200건 안팎으로 수술할 만큼 성장세가 가팔랐고, 2021년에는 240건을 집도해 연간 국내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국내 식도암 수술 환자 3명 중 1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식도암 수술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홍관 센터장은 “이번 과제를 통해 영양, 삶의 질 저하 등에서 위험도가 큰 생존자들을 조기에 찾고, 임상시험과 연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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