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으로 이룬 '검수원복' 체제 계속…사개특위 빈손 종료
시행령으로 이룬 '검수원복' 체제 계속…사개특위 빈손 종료
  • 뉴시스
  • 승인 2023.06.0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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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찰 수사권 박탈' 강행 입법에
윤석열 정부 '수사권 복구' 시행령 개정
"검찰 공소제기 무효될 수도…법 정비해야"

김남희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 입법을 위해 가동됐던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빈손으로 종료됐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복구한 검찰 수사권 체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완의 사법 시스템으로 인한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치권·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31일 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종료했다.

사개특위는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와 '한국형 FBI'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여야 합의로 설치됐지만, 국민의힘이 첫 회의 이후 참석하지 않으면서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지난 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에 현 정부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맞서면서 법 위의 시행령 체계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전혀 고치지 못한 셈이다.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 분야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범죄·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축소했다. 이듬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출범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월 대선에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 이전에 입법을 강행한 것이다.

고범준 기자 = 지난해 5월3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킬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비교섭 단체 몫을 확보하기 위해 '꼼수 탈당'을 단행하면서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 수사권 복구에 나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청법 개정안의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라는 규정에서 '등'을 폭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부패범죄에는 직권남용·직무유기·불법 선거자금·범죄수익 관련 범죄가, 경제범죄에는 마약 유통과 방위산업·공정거래 관련 범죄를 포함시키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상당 부분 복구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법안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이 '위장 탈당' 등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은 인정했지만 법안 자체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판결했다.

야권의 '검수완박'과 여권의 '검수원복'이 여전히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지만 입법 정비는 이뤄지지 못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사라진 고발인 이의신청권 복원 논의도 사라졌다.

기존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고발인의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하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의신청을 받은 경찰이 해당 사건을 증거물과 함께 검찰에 송치하면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직접 보완수사, 송치 요구 등을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아동, 성범죄 피해여성, 장애인 등 당사자가 고소하기 어려워 시민단체가 대신 고발한 경우 구제받을 길이 없어졌다.

경제·부패범죄 수사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도 무산되면서 관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는 "중대범죄수사청 관할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있다. 피의자들이 '검찰에 수사권이 없다'고 항의할 경우 검사의 공소제기 행위가 무효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실제로 공소기각이 될 수도 있어 빠른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사개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안건들을 법사위로 넘긴다는 방침이지만,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사개특위 위원장이었던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형사소송법 자체가 무력화됐는데 돌이킬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상위법에서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한 범죄를 시행령에 따라 수사하면 위헌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경찰 권한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방안도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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