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사형시킨 법관
자기를 사형시킨 법관
  • 김원회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08.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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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離伏劍

춘추시대 진나라의 법관 이리는 공정하여 권력에 아첨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법을 집행하였다. 한번은 사안을 심의하다가 자신이 잘못하여 억울한 사람을 사형시킨 사건이 있음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그는 부끄러움을 느껴 관복을 벗고 수인을 거둔 다음, 나졸들에게 자기를 포박해서 문공에게 데려가게 하여 사형에 처해 주도록 청했다.

그를 본 문공이 허둥지둥 달려 내려와 포승을 풀어 주며 말했다. "관직에는 귀천이 있고, 처벌에는 경중이 있소. 다시 말하지만 이 안건은 관리들이 잘못한 것이지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오."

이리는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저는 법률 장관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부하에게 제 자리를 양보한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많은 보수를 받으면서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겠습니까? 저를 사형에 처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문공은 기분이 상해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 아랫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윗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게도 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오."

이리가 대답했다. "우리나라 법에는 판결을 잘못 내린 자는 반드시 같은 형에 처하는 반좌법이 있습니다. 잘못 판단해 사형을 내린 자는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임금님께서는 제가 인정을 잘 살피고, 미세한 사정을 잘 듣고, 의혹을  잘 판결할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를 법관으로 임명하신 겁니다. 그런데 제가 판결을 잘못 내려 죄 없는 사람이 원통하게 사형 당한 사건이 생겼으니 제 죄는 사형에 처해야 마땅합니다.

이리는 말을 마치더니 벌떡 일어나 호위병이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순식간에 왕 앞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 주나라의 예법은 예와 형벌을 달리 운용하여 귀족들은 예로, 서민들은 형벌로 다스렸다. 그런데 전국시대에 나타난 법가 사상가들은 객관적인 법이 국가와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군주는 법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생각은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인 생각이었다.

이리는 법의 지배를 실천한 사람이다. 누구든 법을 어기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또 이익과 권세를 아랫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않은 만큼 잘못과 책임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그야말로 공평무사한 사람이었다. 권력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이익은 자기가 차지하고 책임은 남에게 떠넘기는 관료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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