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코트와 작별···불굴의 부상투혼 최장신 센터
하승진, 코트와 작별···불굴의 부상투혼 최장신 센터
  • 뉴시스
  • 승인 2019.05.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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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KBL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울산 현대 모비스의 경기가 7일 전북 전주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실시된 가운데 KCC 하승진 선수가 보호구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2019.04.07
2018-2019 KBL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울산 현대 모비스의 경기가 7일 전북 전주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실시된 가운데 KCC 하승진 선수가 보호구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2019.04.07

"열정을 불태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미국 프로농구(NBA) 최초의 한국인 선수였던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34·221㎝)이 은퇴를 선언했다. 

하승진은 14일 개인 SNS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KCC에 입단한 지 11년째가 됐다. 매년 5월과 6월엔 연봉협상과 자유계약(FA) 등으로 1년 중 가장 예민한 시기였다. 이번 1차 FA협상은 그 어느때보다 길게 느껴졌다"면서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15일 FA 원소속팀 협상이 마감되지만, 하루 앞서 현역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 

하승진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선수다.국내 최장신 센터, NBA 최초의 한국인 선수라는 타이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삼일상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1학년을 마친 후인 2004년 NBA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46번으로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에 지명, 한국인 최초로 NBA에 진출한 사례를 남겼다.  

두 시즌 동안 46경기에 나서 평균 6.9분을 뛰며 1.5점 1.5리바운드 0.1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LA 레이커스와 경기에서 남긴 13점 5리바운드가 NBA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과 200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에 공헌했다.  

국내로 돌아와 2008년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CC에 입단한 그는 9시즌 동안 347경기에 나서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허재 감독이 이끌던 KCC의 중심축이었다. 2008~2009시즌 프로농구 신인왕을 따낸 것은 물론, 2010~2011시즌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리그 베스트5에 3번 선정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211㎝의 신장은 그에게 약이자 독이었다. 독보적인 체격 탓에 상대의 집중 견제를 피할 수 없었다. 발이 느렸기에 빠른 농구에서는 부담이 컸다. 여기에 발목, 무릎 등 곳곳에 부상을 달고 살았다.  

그럼에도 팀이 필요할때마다 늘 투혼을 발휘했다. 2010년엔 종아리 부상을 안고도 코트에 복귀해 뛰었고 2015년엔 넘어지는 과정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마스크(안면 보호대)를 착용했다. 보통사람이라면 호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텼다.  

2018~2019시즌에도 울산 현대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도중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코뼈가 골절됐지만, 전에 썼던 마스크를 긴급 공수해 경기에 나서는 열정을 보여줬다. 비록 득점이 많진 않았지만 높이 자체가 상대에게 주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하승진은 이날 SNS에 "예전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제는 'KCC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제 고작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갔을 뿐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한편 KCC 측은 하승진의 은퇴식에 대해서 "추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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