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흔살 포르투온도 "아리랑을 배운 순간이 기억난다"
[인터뷰]아흔살 포르투온도 "아리랑을 배운 순간이 기억난다"
  • 뉴시스
  • 승인 2019.05.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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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디바
25일 서울재즈페스티벌로 7번째 내한
마지막 월드투어 '라스트 키스' 무대

쿠바의 전설적인 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89)는 3년 전 내한공연을 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무대다. 

당시 콘서트는 '오케스트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아디오스 투어'의 하나였다. 2016년 3·1절, 한복을 차려 입은 포르투온도가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고 느릿느릿 '아리랑'을 부르자, 모든 관객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다. 노래를 마치고 한국 측 스태프를 꼭 끌어안은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배어 있었다. 2007년 내한공연에서도 역시 한복차림으로 '아리랑'을 불렀었다. 

포르투온도는 프라이빗커브를 통한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아리랑 곡을 배웠던 순간이 기억이 나는데, 내가 공연할 수 있게끔 도와준 친절한 분들이 떠오른다. 정말 내게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내가 다니는 모든 나라들과 한 마음이 됐으면 좋겠다. 살아가는데 있어 문화는 정말 큰 작용을 한다. 이러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노래하는 것에 나는 열려 있다. 마지막 투어를 위해 많은 뮤지션들과 같이 공연하면서, 내가 특별하면서도 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최대한을 기획하고 있다."

포르투온도는 쿠바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보컬리스트다. 현재 이 클럽 멤버는 포르투온도 그리고 기타리스트 엘리아데스 오초아(73)만 남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1996년 미국의 유명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라이 쿠더와 영국의 음반사 월드 서킷 레코드가 1940~1950년대 활동하던 쿠바의 노장 음악인들을 모아 만든 앨범의 타이틀이자 밴드의 이름이다. 단 6일 만의 레코딩으로 완성된 이 앨범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세계 시상식을 휩쓸었다. '찬찬', '칸델라' 등이 히트했다. 15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린 앨범을 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인생에서 놓쳐서는 안 될 명반으로 선정했다. 1999년과 2000년 골드, 플래티넘 음반으로 기록됐다.

독일의 빔 벤더스 감독이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은 2000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오마라 포르투온도, 2016년 '오케스트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아디오스 투어' ⓒ프라이빗커브

포르투온도는 2008년 데뷔 60주년 앨범 '그라시아스'에서 삶의 성찰,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넘치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90세에 가까운 요즘 펼치고 있는 마지막 월드투어 '라스트 키스' 또한 마찬가지다.  

25,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2019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이 투어의 하나로 참여한다. 2001년 첫 내한 이후 일곱 번째지만, 의미가 깊은 무대다. 한국에는 여전히 팬이 많다. 올해 초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tvN '남자친구'에 쿠바가 등장했는데 그녀의 노래가 삽입되기도 했다. 

"내 노래를 사랑해 줘서 감사하다.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 그리고 새로운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문화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데, 다양한 내 노래들로 이번에 서울을 방문하면서 더 다양한 팬들을 만나면 좋겠다."

우리나이로는 아흔 살, 이 연령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을 묻자 빤할 수도 있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풍파에도 깎이지 않은 거장의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진정성 있고 뭉클함을 안긴다. "당연히 내 팬 여러분들의 사랑이다. 그리고 네 가족 또한 힘이 됐다." 

세월을 이겨낸 여성 보컬로서, 막 노래를 시작한 여성 보컬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을까. "쿠바에는 많은 젊은 뮤지션들이 있다. 그들에게 계속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그것이 말대로 쉽지 않을 때가 있지만, 계속 꿈을 향해 견고하고 파이팅 넘치게 달려가야 한다."

마지막 월드투어를 돌고 있지만, 삶의 노래는 계속된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삶 전체를 오선지로 만든다. '삶의 마지막에 노래하고 싶은 곡'을 물었다.  

서면인데도 오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정말 내게는 소중한 곡"이라며 '베인테 아노스'를 꼽았다. 그녀에게 그래미상을 안긴 곡이지만, 수상 실적보다는 곡 자체의 의미, 품고 있는 뜻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스페인어로 스무살이라는 뜻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였던 콤파이 세군도(1907~2003)와 부른 곡이다. 소중한 음악 동료, 그의 음악 인생이 녹아 있다.  

삶은 오래되도 노래는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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