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벤투 원칙 "기록보다는 대표팀 특징에 맞춰 선발"
[인터뷰]벤투 원칙 "기록보다는 대표팀 특징에 맞춰 선발"
  • 뉴시스
  • 승인 2019.05.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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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공격포인트 상위권 선수 대거 제외
"숫자로만 나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
어린 선수들은 "장기적으로 볼 것"
= 파울루 벤투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6월 A매치 친선경기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5.27

파울루 벤투(50) 감독이 대표팀 운영 철학에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숫자나 기록보다는 대표팀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에 선수들의 특징이 부합하는지를 먼저 보겠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27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6월 호주,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25명 명단을 발표했다.

K리그2에서 9경기 7골을 몰아친 공격수 이정협(부산)의 발탁이 가장 눈에 띈다. 과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황태자로 불린 이정협은 2017년 12월 동아시안컵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1년6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또 김태환(울산)과 손준호(전북)가 벤투 체제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지난해 1월 터키 전지훈련 이후 첫 소집이다.

벤투 감독은 "종합적인 면에서 두루두루 파악해왔다. 대표팀 경기도 다시 분석했고 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봤다. 우리 팀에 있어 도움이 되는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라고 판단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7골로 K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김신욱(전북)이나 4도움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는 김보경, 5골을 넣은 김인성(울산) 등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제외된 부분에 대해서는 소신으로 답했다. 

선수가 뛰고 있는 리그나 선수가 남긴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특징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나는 선수가 K리그에서 뛰든, J리그든 중국이든 카타르든 영국이든 프랑스든 이탈리아에서 하든 상관없다"면서 "이 선수들의 특징이나 능력 그리고 우리가 구축한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록적인 부분들이나 숫자 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단순히 숫자로만 선수들의 발탁 여부에 대해 말하면 적어도 나를 설득하기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영(바이에른 뮌헨)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선 어린 선수들의 발탁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이다. "U-20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 가운데선 이미 성인대표팀에 온 선수들도 있다. 꾸준히 관찰해오고 있다"면서 "단기적인 활약만 놓고 추후에 발탁할 가능성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관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하더라도 다음번 발탁에 바로 이름을 올리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성인 무대에서 또 다른 환경에 처해지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런 것을 어떻게 해결나가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성장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협 발탁이 눈에 띈다.  

"첫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한가지 말하고 싶다. 이미 월드컵을 시작한 20세 이하 대표팀, 다음달에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여자 대표팀의 좋은 결과와 행운을 바란다. 이정협 선발을 앞두고 특징이나 능력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모두 선수들을 분석할때와 마찬가지로 A대표팀에서 뛰었던 경기들을 다시 분석했다.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장면도 두루두루 파악했다. 대표팀 경기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라고 판단해 선발했다." 

-지동원, 이청용, 정우영 등 해외파 세 명이 제외된 이유도 말해달라.

"이청용은 리그 끝나기 전 최종전 이전 경기에서 부상이 확인됐다. 휴식이 몇주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어 발탁하지 못했다. 지동원, 정우영은 리그 최종전까지 하면서 시즌을 마쳤지만, 지동원은 무릎 통증을 지난 3월에 겪으며 불편함이 아직 남아있다고 했다. 새로운 구단으로 이적해야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 차원서 제외했다. 정우영 또한 발목 통증이 있어 무리하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외했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일정을 배려할 것인지.

"손흥민과는 진작에 연락을 취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장은 인생에서 뜻 깊은 순간일 것이다. 모든 것을 거기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즐기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대표팀은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해도 된다. 일단 집중하라고 했다. 늦게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권창훈, 이승우도 소속팀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늦게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몸상태로 합류할 수 있는지는 그때 보려고 한다. 첫 경기 잘 준비하겠다."

-늦게 합류하더라도 선수들이 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한번쯤 뺄 법도 한데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순간마다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한다고 본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고자 하는 욕심은 당연한 것이다. 기본적인 생각은 소집 외 기간엔 소속팀이 정한 부분과 일정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A매치 기간에는 선수들이 대표팀 일정을 따르는 것이 운영 방침이다. 늘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 그 순간에 필요하고 고려해야할 사안들이 있다.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처한 상황이나 필요한 부분을 고려해야한다. 지금 시기에서는 손흥민을 불러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6월엔 유럽 어느 나라든 시즌이 끝나면 대표팀에 와야 한다. 선수의 시즌이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대표팀 특성상 손발을 맞출 기간이 짧기 때문에 평가전 기간을 잘 활용해야한다. 그렇게 해야만 월드컵 예선에서 힘을 잘 낼 수 있다고 본다. 손흥민은 내가 부임한 이후 제대로 보지 못한 기간도 있다. 아시안컵 1, 2차전도 그렇고 지난해 11월에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불러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다른 것보다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잘 집중하고 그 후에 대표팀에서 또 집중력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

-울산 김태환, 전북 손준호를 선발한 이유는. 

"아까도 말했지만 대표팀 선수를 선발할 때는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 대표팀에서 이 선수들의 활약이나 퍼포먼스가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선발했다. 우리와 함께 했을때도 잘 나올지를 보고, 훈련 후에 기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세 이하 월드컵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있나.

파울루 벤투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6월 A매치 친선경기 명단 발표 기자회견 전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9.05.27. 

"잘 아시다시피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는 이미 한 번 이상 성인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이 있다. 꾸준히 관찰해온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활약만 놓고 추후에 발탁할 가능성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관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하더라도 다음번 발탁에 바로 이름을 올리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성인 무대에서 또 다른 환경에 처해지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런 것을 어떻게 해결나가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 성장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생각이다." 

-백승호를 3월 소집 때는 활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재발탁한 이유는.

"기대감이라기보다는 이 선수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엔 소속팀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뛰었다. 사실 1부리그에선 꾸준히 출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기본적으론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백승호의 포지션에 일부 선수들이 이탈한 것도 있다. 유일한 대안이나, 대체자라곤 할 수 없지만 그 후보 중 한 명임에는 분명하다. 다음 시즌에도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계속 관찰을 해나갈 생각이다. 더불어서 더 필요한 부분들을 관찰하고 선발할 생각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정우영이 20세 이하 월드컵 가지 않았음에도 뽑지 않은 이유는. 성인 무대 검증이 필요하다는 건가. 

"선수들을 관찰하는 것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라고 하더라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하는 중이다. A매치 발탁이나 기용에 대해선,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검증이 필요하다면 중장기적으로 해야한다. 정우영은 뮌헨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잘 알겠지만, 어린 선수가 뮌헨 1군에서 정기적으로 뛰기란 힘들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 소속팀 사정이 아니었다면 20세 월드컵에서 뛰었을 것도 알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관찰하며 보고 있다. 이 명단으로 대표팀을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명단을 구성했다. 정우영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지 볼 것이다."

-K리그 득점, 어시스트 순위 10위권 선수는 김태환 뿐이다. 결국 기록보다는 감독의 축구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했다고 봐도 되는것인지. 

"나는 선수를 선발할때 K리그든 J리그든 중국이든 카타르든 영국이든 프랑스든 이탈리아든 나라는 상관없다. 이 선수들의 특징이나 능력 그리고 우리가 구축한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록적인 부분들이나 숫자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숫자로만 말하면 적어도 나를 설득하기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이 명단을 어떻게 9월 명단에 반영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6월 명단과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일단 6월 경기에서 어떤 상태로 대표팀에 오는지를 잘 분석해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 상대를 잘 분석해서 하겠다. 3월과는 다를 것이다.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준비 과정을 잘 거쳐서 두 경기에서 좋은 결과와 내용을 가져가는 것이 목표다. 사실 9월 명단을 발표할때까진 3개월이 남은 상황이다. 지금 섣불리 3개월 뒤의 명단에 대해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일단 6월 대표팀 경기를 분석할 것이고, 한국, 중국, 일본 리그에서 뛴 선수들을 다시 분석할 것이다. 또 8월에 개막하는 유럽 리그의 선수들 또한 봐야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대표팀은 훈련 시기가 짧다. 많은 선수들을 바꾸긴 어렵고 기본적인 토대는 유지할 것이다. 대표팀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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