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 인터뷰]강인원 "노장이라고, 고리타분한 음악만 만드나요?"
[궁금 인터뷰]강인원 "노장이라고, 고리타분한 음악만 만드나요?"
  • 뉴시스
  • 승인 2019.06.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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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궁금한 금요일

 "질문이 틀렸어요.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느냐 아니냐의 차이지요. 우리는 어디를 갔다가 돌아온 것이 아니에요. 늘 그 자리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차, 싶었다. "80~90년대 인기를 누린 중장년 가수들의 컴백과 재조명" 운운하며 잘못된 질문을 했다. 1980~90년대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 강인원(63)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드러날 뿐, 우리는 늘 한결 같은 자리에서 노래했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슈가 끝나면 또 가수들은 다른 것에 가려지겠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해서 안타까운 것은 있어요. 작년에 배철수씨가 MC를 본 '콘서트 7080'이 없어진 거요. 중장년층 가수들이 노래할 수 있는 무대였는데, 시청률을 이유로 없어졌죠.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이나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은 채 사명감을 갖고 만들어가야 할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말이에요."  

강인원은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등 음악 다방면에서 활약해 왔고 활약 중이다. 1979년 포크 프로젝트 그룹 '따로또같이'로 데뷔했다. 이 팀은 강인원을 주축으로 2015년 재결성하기도 했다.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1989·감독 곽재용) OST로 큰 인기를 누린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작곡하고 불렀다. 강인원의 주도로 김현식(1958~1990), 권인하(60) 트리오가 함께 노래했다. 두 절창 사이에서 강인원의 보컬은 섬세한 감성을 담당했다. 가수 민해경(57)이 부른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그대 모습은 장미'의 작곡가도 바로 강인원이다. 

강인원은 7월 26~28일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포크음악축제 '2019 대구 포크 페스티벌'의 총감독이다. 2017년부터 총연출을 맡아 새 공연 브랜드 안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승격했다. 무료로 펼쳐지는 이 축제는 포크음악을 통한 세대간, 지역간 화합과 소통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강인원은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잖아요. 음악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동시에 추억을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게 해주죠"라면서 "음악에는 파란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 아련한 희망이 담겨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구포크페스티벌에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옵니다. 그것이 성과"라고 강조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득세 속에 포크의 위상은 예전 같지 못하다. 강인원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어요. 안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지요"라고 진단했다. 다만 "포크는 남녀노소 세대를 막론하고 어쿠스틱 사운드, 인간적인 표현을 하는 가사를 통해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장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요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더라도 상당수가 기타로 시작을 합니다. 포크가 기반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펼쳐져 록, 일렉트로니카가 되는 거죠. 물론 기타를 친다고 포크 장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포크에 대한 추억이 있는 거죠. 그래서 지나간 시절을 추억할 수 있고, 공감 영역이 큰 장르죠."

'대구 포크 페스티벌' 역시 포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로커, 발라드 가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포크가 주된 장르지만, 더 많은 청중과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가 데뷔 40주년···"이라고 운을 뗐다가 또 아차, 싶었다. '몇 주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손사래를 치는 그이기 때문이다.  

"제가 뭐 금자탑을 쌓을 정도로 활동한 것은 아니니까요. 조용필, 나훈아, 이미자 선배님들처럼 정말 독보적으로 금자탑을 쌓은 가수들은 예외죠. 30주년, 40주년, 50주년 정말 의미가 있죠.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기념을 하나요. 하하."

강인원은 겸손했지만 누구나 아는 히트곡을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음악을 하고있는만큼 나름 일가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7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오랜 기간 재활을 거쳤고, 사업에서 쓴맛을 보기도 했다.

강인원은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 "다른 것에는 재주가 없다"고 답했다. "다른 기회도 있었어요. 근데 실패하고, 잃어버리기도 했죠.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도 했는데 팔자 같아요. 음악밖에 없으니 다른 것은 실패하는 거죠. 다만 꼭 작곡, 작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관련 다양한 일들을 펼치고 싶어요. 지금은 총감독을 맡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후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죠."

물론 본업인 음악 만드는 일도 놓지 않는다. 새로운 구상에 들뜨고 있는 요즘이다. 우선 최근 포효하는 창법으로 '천둥호랑이'라고 불리며 유튜브의 젊은 세대에게 각광 받고 있는 권인하의 신곡을 계획하고 있다. 강인원과 권인하는 예전부터 함께 작업한 음악 파트너다. "권인하씨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잖아요. 그가 부르고 20, 30대도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자신의 서정적 감성을 드러낼 솔로 싱글곡도 작업하고 싶다. "권인하씨로 인해 노장들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잖아요. 저도 노장이지만 고리타분한 음악만 만든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목소리에 신인 가수 같은 설렘이 담뿍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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