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군자 (梁 上 君 子)
양상군자 (梁 上 君 子)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6.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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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하남 지방에 심한 흉년이 들었다. 어느 날 한밤중에 도둑 하나가 진식의 집에 숨어들어 대들보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진식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식들을 모두 거실로 부르더니 엄숙한 얼굴로 훈계했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기를 이기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나쁜 사람이란 천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 자제할 수 없게 된 사람이다. 저 대들보 위의 군자가 그런 사람이겠지"

대들보 위의 도둑은 그 말을 듣고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 허둥지둥 내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진식이 타일렀다. "보아하니 자네는 나쁜 사람 같지는 않군. 반성하고 착하게 살게. 가난 때문에 그렇게 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비단 두 필을 도둑에게 갖다 주었다. 도둑은 연방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이때부터 그 지방에는 도둑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 진식은 한 번에 도둑을 감화시키고 자손들에게 교훈도 주었다. 진식이 도둑을 훈계한 방법은 참으로 교훈적이다. 도둑을 몰아세우기 보다는 '양상군자' 라고 3인칭으로 부름으로써 도둑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면서부터 도둑인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도둑을 잡거나 몰아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도둑이 되는 원인을 파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우화는 환경이나 습관이 사람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도둑을 양상군자라고 부르는 것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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