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에 한번 찍히는 세상,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9초에 한번 찍히는 세상,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 전정연 기자
  • 승인 2019.06.19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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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코리아나미술관 국제기획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쉬빙, 제인&루이스 윌슨 등 국내외 작가 9팀 참여.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展이 열리는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展이 열리는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엘리베이터, 주차장, 버스, 골목길. 어디에서든 쉽게 보이는 CCTV. 국가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는 9초에 한번 꼴로 CCTV에 노출된다고 한다. 오늘날의 CCTV는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인식, 분류, 추적의 기능까지 더하고 있어 이쯤 되면 보안을 위한 것인지, 감시를 위한 것인지 모호해지는데 코리아나미술관은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감시’를 주제로 국제 기획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를 개최한다. 오는 7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총 9팀이 우리 사회에 깊이 침투한 감시의 문제와 이를 둘러싼 이슈들을 사진, 설치, 영상 등 10여점의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그동안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신체’라는 담론을 탐구해 온 코리아나미술관이 이번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신체가 끊임없이 감시되고 데이터로 추출, 분류되며 사용되는 것에 주목했다. 전시명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일반적으로 IT제품에 접속할 때 나오는 보안문구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차단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오류들과 사생활 침해 같은 양가적인 측면을 들여다본다.

 이번 전시에는 제인&루이스 윌슨(Jane & Louise Wilson),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쉬빙(Xu Bing), 국내 작가로는 언메이크랩, 한경우 등 국내외 작가 9팀이 참여해 기술로 인한 신체의 데이터화와 그를 통한 감시, 분류 등에 주목한 작품을 선보인다.

쉬빙, 잠자리의 눈, 2017,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9분 14초. ⓒ Xu Bing Studio
쉬빙, 잠자리의 눈, 2017,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9분 14초. ⓒ Xu Bing Studio

 중국 작가 쉬빙은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나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대된 바 있으나 국내 미술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잠자리의 눈>(2017)은 현대인이 하루 평균 300번 가까이 CCTV에 노출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제작한 것으로 중국내 감시카메라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한 1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재구성해 만든 81분짜리 실험영화다. 현재 전시장에서는 9분여 분량으로 요약한 영상으로 상영 중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 장면이 연출이 아니라 실제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제인&루이스 윌슨, 얼굴 스크립팅: 그 빌딩은 무엇을 보았는가?, 2011, 싱글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39초. 스크린과 2개의 거울, 각 200x380cmⓒ303Gallery, New York
제인&루이스 윌슨, 얼굴 스크립팅: 그 빌딩은 무엇을 보았는가?, 2011, 싱글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39초. 스크린과 2개의 거울, 각 200x380cm ⓒ303Gallery, New York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 출신 작가로 1999년 테이트 예술재단의 터너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아티스트 듀오 제인&루이스 윌슨의 <얼굴 스크립팅: 그 빌딩은 무엇을 보았는가?>(2011) 역시 흥미롭다.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두바이 한 호텔의 230호실에서 발생한 암살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사건 당시 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에 암살단의 움직임이 노출되었고 두바이 경찰은 수사를 토대로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바 있다. 작가들은 그 사건으로부터 드러나게 된 감시의 메커니즘, 안면 인식 기술의 알고리즘에 주목하여 보안 및 통제 시스템의 한계를 상기시킨다.

한경우, 중립적 관점, 2019, 실시간 비디오 설치, 5개의 카메라와 모니터, 컬러, 무음
한경우, 중립적 관점, 2019, 실시간 비디오 설치, 5개의 카메라와 모니터, 컬러, 무음

 한경우 작가의 <중립적 관점>(2019) 또한 흥미롭다. 한 작가는 전시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설치된 카메라는 현재 전시 중인 다른 작품들을 촬영해 연결된 모니터로 영상을 송출하는데 화면상의 이미지가 카메라의 각도나 초점, 조정에 따라 실제 작품과는 다르게 보여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감시의 중립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 코리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다채로운 세미나 및 워크숍을 준비했다. 오는 6월 26일에는 이번 전시 기획자인 서지은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 기획의도부터 준비과정, 구현 단계까지 이번 전시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전시 기획에 관심 있는 학생 및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며 코리아나미술관 홈페이지 내 교육 게시판(http://spacec.co.kr/edu/edu1)에서 신청 가능하다. <사진제공 코리아나미술관> (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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