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수레를 타고 태산 기슭을 지나다가 길가에서 어떤 여자가 상복을 입고 새로 만든 무덤에 엎드려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공자는 수레를 멈추고 수레 난간에 기대어 듣고 있다가 자공을 불러 사정을 알아보게 했다.
자공이 무덤가에 가서 물었다. "아주머니, 곡소리를 들으니 큰 슬픔을 당하신 듯하군요."
여자가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 일대는 사나운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는 곳입니다. 지난번에는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가시고, 다음번에는 남편이 화를 당하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호랑이 밥이 되었답니다."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물었다. "그처럼 흉악한 호랑이가 있는데 어째서 당신네들은 진작 여기를 떠나지 않았소?"
여자가 대답했다. "이곳은 호랑이가 나오는 곳이기는 하지만 가혹한 정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 전제 사회에서 통치를 받는 국민들은 엄청난 억압과 착취를 받으며 살았다. 가끔 현명하고 어진 군주가 나타나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땅에서 농사짓는 것이 주된 산업이었던 이전 사회에서 땅에 매기는 세금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정약용의 '굶주린 백성', '불알 바른 사람을 슬퍼함'과 같은 시를 읽어보면 가혹한 착취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호랑이는 그래도 조심하면 피할 수 있기라도 하지만 관리들의 착취는 피할 수가 없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