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붕어
목마른 붕어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7.0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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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집안이 아주 가난했다. 어느 날 먹을 것이 다 떨어져서 황하를 감독하는 관리에게 양식을 꾸러 갔다. 황하의 감독관이 이렇게 말했다. "좋소, 백성들이 조세를 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3백 냥을 꾸어 드리지요. 됐습니까?"

장자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어제 이리로 오는데, 길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뭡니까? 사방을 둘러보다가 수레바퀴에 패인 바짝 마른 도랑에 붕어 한 마리가 가로누워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물었지요. '붕어야 어쩌다 이렇게 됐지?' 붕어가 대답하더군요. '저는 동해에서 왔어요. 곧 말라죽을  것 같아요. 제게 물을 한 바가지만 주셔서 살려 주세요.'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좋아. 내가 마침 오나라와 월나라로 가는데, 그곳 임금들을 설득해서 양자강의 물을 너에게 끌어다 대주겠다. 됐지?' 그러자 붕어가 몹시 헐떡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물속을 떠나 여기에 외롭게 누워 있기 때문에, 당신에게 물 한 바가지로 살려 달라고 간청하는 것입니다. 양자강을 끌어다 저를 살려 주시겠다는 당신의 호의는 고맙지만, 물을 끌어오기도 전에 일찌감치 건어물 좌판에서 저를 찾는 쪽이 훨씬 나을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涸轍鮒魚
涸轍鮒魚

* 목이 타는 붕어에게는 양자강의 물보다 당장에 물 한 바가지가 필요한 것처럼 양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연말에 세금을 거두어 천금을 빌려주는 것보다 당장 끼니를 때울 양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생계 대책을 세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당장에 급한 긴급 구호 대책이 더 절실하다.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다시 불이 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곤경에 빠지고 궁지에 몰려 시급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처지를 가리켜 학철지부 또는 학철부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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