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상식 감독 "죽기살기로 덤비는 우리만의 팀 농구한다"
[인터뷰]김상식 감독 "죽기살기로 덤비는 우리만의 팀 농구한다"
  • 뉴시스
  • 승인 2019.07.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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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 이어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지휘봉
8월 농구월드컵 묘수 찾기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상식(51) 감독이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본선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강팀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맞서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과 대표팀 선수 15명은 지난달 3일 진천선수촌에 입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시아 무대를 평정하고 월드컵으로 향한다. 한국은 2018년 9월부터 펼쳐진 아시아·오세아니아 2차 예선에서 10승2패로 뉴질랜드에 이어 E조 2위에 올라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인 허재 감독이 지난해 9월5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시 코치였던 김 감독이 대행으로 팀을 맡아 수습에 나섰다.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감독대행이 된 직후인 9월13일 요르단 원정 경기에서 86-75 승리를 거뒀고, 나흘 뒤 한국에서 시리아를 103-66으로 꺾었다. 이후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김 감독 체제에서 치른 6경기에서 전승을 기록,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회 도중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그는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국가대표팀 감독 신규 공모에 단독 지원해 연임에 성공했다. 1970년 유고 대회 코치인 아버지(김영기 전 KBL 총재)에 이어 부자가 월드컵 지도자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다음달 중국에서 개막하는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표팀은 B조에 속해 우한에서 아르헨티나(5위), 러시아(10위), 나이지리아(33위)와 자웅을 겨룬다. 한국은 FIBA 랭킹 32위다.

김 감독은 "월드컵에서 붙는 상대들은 아시아에서 해 본 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체조건에서 차이가 뚜렷하다"면서도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 만의 농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장신 선수들을 주축으로 조직적인 플레이를 약속했다. 김 감독은 안영준(24·196㎝) 최준용(25·200㎝·이상 SK), 강상재(25·200㎝·전자랜드), 송교창(23·200㎝·KCC), 양홍석(22·199㎝·KT) 등 포워드진을 대거 발탁했다. 상대팀과의 체격 차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상대 로스터를 보면 200㎝를 훌쩍 넘기는 포워드가 많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신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신장이 좋은 선수 가운데 발전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조금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월드컵 1승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답변을 했다. 한국은 1994년 캐나다 대회 순위결정 최종전인 이집트와 경기에서 89-81로 이긴 이래 승리가 없다.

"1승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많이 움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상대 이름값에 기죽지 말고 정면승부하자'고 말한다"면서 "1, 2명에 의존하는 농구가 아닌, 팀으로서 죽기살기로 덤비는 우리 만의 농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은 자극제다. 한국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발렌시아)을 앞세워 준우승을 차지했다. 좋은 성적이 나오자 국내 축구 리그가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

"월드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는 김 감독은 "나를 포함해 조상현 코치나 선수들 또한 농구 인기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면서 "강팀들을 상대로 정면 돌파하는 장면을 조금이라도 보여준다면 팬들도 좋게 봐주리라 믿는다. 열심히 해서 농기 인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허재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을 맡은 후 월드컵으로까지 진출했다. 

"FIBA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내가 감독을 맡은 뒤로 전승을 했다. 사실 허재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팀을 이어받아서 열심히 한 것 뿐이다.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붙었던 팀들과는 전혀 다르다. 아르헨티나는 5위, 러시아는 10위다. 나이지리아는 33위로 순위는 우리보다 낮지만, 예선에서 NBA 선수들을 빼고 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그렇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한번 붙어보자'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선수 면면이 만족스러운 구성인지 궁금하다.

"상대 로스터를 보면 200㎝를 훌쩍 넘기는 포워드가 많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신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신장이 좋은 선수 가운데 발전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조금 끌어올리고자 한다. 물론 지금 진천에 들어오지 못한 선수들을 앞으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지금 있는 15명의 발전 가능성을 좀 더 유심히 지켜보겠다."
 


-이번 대회가 세대 교체의 의미도 있는가.

"1~2명의 진입이 필요한 것은 맞다. 선배들도 후배를 통해 배우는 면이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대표팀에서 나와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대교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은 프로에서 이미 실력을 발휘하고, 발전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지식과 경험을 쌓다보면 세대교체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훈련 분위기가 무척 좋은 것 같다. 지도방식도 굉장히 부드러운 것 같은데.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 가뜩이나 운동이 힘든데 분위기까지 딱딱하면 두 배로 더 고되다. 선수 때부터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대신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잘 따라오는 것이 조건이다. 그렇게만 하면 내가 선수들에게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몰라서 실수하는 부분들에 대해 화를 내면 선수들이 위축된다. 좋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고자 한다.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

-3주 정도 훈련을 했다.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지.

"국내선수들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공격에 있어서의 자신감이다. 얼마전만 해도 국내선수들이 속공을 시도하다가 안 되면 공을 돌리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단신 외국인선수들이 들어온 이후 기술적인 플레이를 하다보니 국내선수들도 주눅들지 않고 화려한 공격 플레이를 많이 시도한다. 이 팀에도 그런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공격적인 농구를 하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코트 밸런스를 맞추고 플레이가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빠른 플레이가 중요하다. 지공으로 하게 되면 상대의 힘이나 속도 면에서 더욱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월드컵에서 승리는 참 먼 일이 됐다. 1승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말 힘든 일인 것은 사실이다. 경험이 부족하다. 아시아에서 1, 2위권에 들어야 겨우 유럽과 남미 국가들과 붙어볼 기회가 있다. 강한 선수들과 붙어야 우리의 위치를 느낄 수 있고 실력 차를 줄여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그러질 못했다. 아시아권에서만 쭉 맴돌다가 겨우 올라가면 다시 전패하고 아시아권으로 떨어지는 그런 과정이 반복됐다. 경험이 없으니 상대에 대한 것도 잘 알 수 없다. 영상으로만 보는 것과 몸으로 부딪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런 점에서 윌리엄 존스컵과 오는 8월 리투아니아, 앙골라, 체코 친선 경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친선경기가 없었으면 우리를 돌아볼 기회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본선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지.

"윌리엄 존스컵이나 친선경기까지는 15명의 선수들을 테스트해 보려고 한다. 선수 조합에 대해서 계속 생각할 것이다. 사실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부수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농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1, 2명에 의존한 농구가 아니라 다들 죽기살기로 하는 농구를 할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제대로 붙어보자고 늘 이야기한다. 상대 이름값에 기죽지 않고, 정면승부할 것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축구가 세계 대회에서 연이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표팀 인기가 리그로 옮겨붙은 것 같다. 농구에서도 그런 사례를 볼 수 있을까. 

"(U-20 월드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농구 인기를 정말 끌어올리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조상현 코치나,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강팀들을 상대로 정면 돌파하는 장면을 조금이라도 보여준다면 팬들도 좋게 봐줄 것이다. 열심히 해서 농구 인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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