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 有 三 不 祥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세 가지)
國 有 三 不 祥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세 가지)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7.15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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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사람들은 호랑이와 구렁이를 재수 없는 짐승으로 여겼다. 한번은 경공이 사냥을 나가서 산을 올랐을 때였다. 금방 포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숲속에서 집채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경공은 혼비백산하여 산골짜기로 도망갔다. 간신히 호랑이를 피한 경공이 산을 내려와 못가를 지나는데, 몇 걸음 안 떨어진 바위 위에서 팔뚝만큼 굵고 검붉은 빛이 도는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자기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경공은 두 번씩이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도 못한 채 돌아와 급히 안영을 불러 물었다. "오늘 내가 산에서는 호랑이를 만나고 골짜기에서는 뱀을 만났으니, 우리 제나라에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오."

안영이 모신 제나라 경공
안영이 모신 제나라 경공

안영이 대답했다. "제가 듣기에 나라에는 상서롭지 못한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유능한 인재는 있으나 군주가 발탁해서 쓸 줄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알아도 등용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는 등용하더라도 신임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서롭지 못한 것이란 이런 것입니다. 산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은 산이 호랑이의 소굴이기 때문이고, 골짜기에서 뱀을 만난 것은 골짜기가 바로 뱀의 소굴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의 소굴에서 호랑이를 만나고, 뱀의 소굴에서 뱀을 본 것이 어찌 재수 없는 일이란 말입니까?"

*나라가 잘되고 못 되는 것은 이상한 조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도 대통령이 바뀐다거나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이상기후와 같은 특별한 현상과 결부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생각은 미신일 뿐이다. 이상하고 신비롭게 보이는 현상도 자세히 실피고 따쳐 보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직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도 더 많은 자료와 실험을 통해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라가 잘되려면 인재를 가려 뽑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인재를 배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재가 있더라도 알아보지 못하고, 알면서도 뽑아서 쓰지 못하고, 쓰더라도 산임하여 능력을 발휘할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면, 이런 것들이야말로 실제로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삼불상'이라 한다. 호랑이가 사는 곳에 가서 호랑이를 만나고, 뱀이 잘 다니는 곳에서 뱀을 만난 것이 뭐 그리 재수없는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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