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민가나
왜 이민가나
  • 강성길 고문(사장, 오션퍼시픽)
  • 승인 2019.07.1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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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민가나? 의문을 제기해 본다. 내 나라에서 살지 않고 남의 나라에 가서 살겠다니 사연이 있어도 보통 사연은 아닐 것 같다.

왜 가는가? 왜 내 나라를 떠나는가? 이민가는 사람에게 물어볼라치면 이구동성으로 이 나라에서 살기 싫다는 것이다. 내 나라에 정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왜 살기 싫고, 왜 정이 떨어졌느냐고 다그쳐 물으면 묻지 말라,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이야기조차 귀찮고 짜증스럽다는 태도이다.

살기가 힘 든다고 한다. 경제적 궁핍쯤은 참고 견딘다치고 정신적으로 불쾌하다는 것이다. 분노가 치민다는 것이다. 욕지 꺼리가 튀어 나오고 폭행, 폭언이라도 마구 해대고 싶은 심정이란 것이다.

국민을 실의하게 하고, 좌절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고, 자포자기하게 하는 오늘의 현실을 살펴보아야겠다.

정통성이 크게 동요되고 있고, 정체성이 퇴색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져 가고 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좌파세력이 득세하고 있고, 정책결정, 정책집행의 행태가 다분히 좌경화 경향을 띄고 있다. 경기의 장기불황과 침체, 기업의 투자위축, 폐업, 도산, 해외탈출이 급등하고 있고,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평화는 커녕 노동조합들은 더욱 극단화·폭력화 추세에 있고, 세대 간의 갈등, 좌·우 간의 대립, 교육의 공황, 가치관의 혼효(混淆)와 전도현상 등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바르게 놓인 것이 없다.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고 한다. 나라가 송두리째 실종되고, 국민이 송두리째 몰락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한국인의 미국이민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 소재 이민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 사람이 1990년대 10년간 이민 숫자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은 국력의 해외로의 확산"이란 긍정적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내 나라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 나라가 좋기 때문, 내 나라를 위해'라는 생각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지금의 이민은 젊은 세대의 경우 자기의 꿈을 펼쳐볼 기회가 없어서, 나이가 많은 세대의 경우 안정된 노후보장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이 나라가 싫어서가 주 이유인 것 같다.

한마디로 '불안하고, 희망이 없어서' 이민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일종의 인퇴(引退) 즉 아노미현상이라고 하겠다.

불안하고 희망이 없는 황량한 사회를 만든 사람들은 맹성해야 한다. 나라가 백성을 버리니까 백성이 나라를 버리고 남의 나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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