腹 䵍 斬 子 (대의를 위해 아들을 죽이다)
腹 䵍 斬 子 (대의를 위해 아들을 죽이다)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7.25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묵가는 춘추 전국 시대의 저명한 학파로 그 단체의 내부에는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 당시 묵가의 지도자였던 복돈은 진나라에서 살고있었다. 하루는 그의 아들이 살인을 하여 체포되었다. 진나라 혜왕은 사안의 성격을 잘 살펴보고 복돈을 불러들여 이렇게 말했다. "선생은 연세도 많으시고 그렇다고 다른 자식도 없으니 그를 죽일 수가 없소. 그를 놓아주도록 명했으니 이번에는 내 의견을 따라 주시오."

복돈이 대답했다. "묵가의 법에는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상처를 입힌 자는 형벌을 준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해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며, 백성이 편안하게 살도록 나라를 다스리는 중요한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께서는 제가 나이 들고 쇠약하여 자손이 끊길까 봐 불쌍히 여기시지만, 저는 묵가의 지도자이니 묵가의 법에 따라 바로잡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돈은 한사코 혜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자기 아들을 처형했다.

▶ 묵가는 결사 조직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규범을 철저하게 지키고 아주 엄격하고 통제된 생활을 했다. 조직의 우두머리를 거자(鉅子)라고 했는데, 거자의 명령이 내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랐다. 규범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켰는지 무엇이든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을 묵가의 이름을 따서 묵수(墨守)라고 할 정도였다.

복돈은 군주의 총애를 받고 있었고 묵가의 지도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유리한 처지를 활용할 수도 있었다. 또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고 그 자신은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할 수도 있었다. 더욱이 군주가 특권으로 사면을 해주려고 했다. 그럼에도 자기의 아들을 처벌하여 일벌백계의 모범을 보였다. 지도자는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대로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가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 이익을 포기할 때 도덕적인 명분이 생긴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복돈의 일을 거울로 삼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