管 寧 割 席 (상종할 수 없는 사람)
管 寧 割 席 (상종할 수 없는 사람)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7.26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녕과 화흠은 젊었을 때 아주 친한 친구였다. 한번은 두 사람이 채소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데 흙속에서 황금 덩어리가 나왔다. 관녕은 황금을 기왓장이나 돌덩이처럼 보고 여전히 일손을 멈추지 않고 김을 맸지만, 화흠은 욕심이 발동하여 슬그머니 금덩이를 주워 한동안 살펴보고서야 내던졌다.

또 한번은 두 사람이 돗자리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떄 갑지기 밖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나면서 높은 관리가 화려한 수레에 앉아 문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관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독서에 몰두했지만, 화흠은 책을 놓고 급히 거리로 나가 보았다. 화흠이 돌아왔을 때 관녕은 돗자리를 둘로 갈라놓고 말했다.

"오늘 이후로 너는 내 친구가 아니다."

▶ 나중에 관녕은 줄곧 요동 땅에 숨어서 은사가 되었다. 위나라 왕이 여러 번 초빙했지만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화흠은 줄곧 조정에서 명성을 다투고,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현제를 협박하여 선양을 종용했던 조비를 도와 위나라의 사도가 되었다. 두 사람의 처세 태도와 기풍이 청년 시절에 있었던 두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유상종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끼리끼리 모인다.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지조를 굽히지 않은 관녕과 금덩어리를 보면 슬그머니 욕심이 생기고 고관대작을 보면 출세를 부러워하는 화흠이 애초에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금덩이를 돌덩이처럼 보고, 돗자리를 갈라 절교한 관녕의 행위도 지나치게 모가 났다. 도덕적 수양의 요건은 엄격히 자신을 단속하고 남을 포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오히려 화흠의 태도가 인간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탐욕이 자라는 것도 사실이다.

관녕처럼 뜻이 맞지 않는 사람과 벗하지 않는 것을 관녕할석이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