悲 泣 不 遇 (불우한 생애)
悲 泣 不 遇 (불우한 생애)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7.2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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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주라는 곳에서 헐벗은 한 노인이 길가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있었다. 길을 가던 나그네가 그에게 물었다. "노인은 왜 그렇게 슬피 울고 계시나요?"

노인이 대답했다. "내 신세가 너무나도 한심해서 그런다오.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도록 한 번도 출세할 기회를 만나지 못했으니"

나그네는 아주 이상해서 물었다. "어떻게 한 번도 기회를 못 만났단 말입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젊었을 적에는 글을 배웠소. 공부를 마치고 과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나이 든 사람이 존중을 받았지요. 젊은 사람은 아무리 학식이 있어도 무시했기 때문에 쓰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 뒤 나이든 사람을 존중하던 임금이 죽고 새로 임금이 들어섰는데, 그는 무예를 숭상했소. 그래서 나도 글을 버리고 무예를 배웠지요. 무예를 익혀서 막 벼슬길로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무예를 숭상하는 임금이 죽고 젊은 임금이 들어섰지요. 그 젊은 임금은 자기처럼 젊은 사람을 중용했소. 젊었을 때는 나이 든 사람을 중용했기 때문에 출세를 못하고, 학문을 익혔을 때는 무예를 숭상했기 때문에 출세를 못하고, 늙어서는 젊은이를 중용했기 때문에 출세를 못한 겁니다."

▶ 인재를 선발하고 등용할 때는 원대한 계획과 비전에 따라 객관적이고 일정한 기준을 세워 두어야 한다. 해마다 바뀌는 대학 입시제도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고통 받는 우리 현실에서 이 우화는 심각한 교훈을 준다. 공부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의 처지에서도 시대의 조류만 따르려고 하지 말고 자기 삶을 자기가 주체적으로 그리며 실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어떤 특정 분야의 지식이 많이 쓰인다고 해서 반드시 그 분야의 지식이 앞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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