狗 猛 酒 酸 (술이 아무리 좋다 한들)
狗 猛 酒 酸 (술이 아무리 좋다 한들)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7.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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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조그마한 술가게를 열고 오래 묵은 좋은 술을 팔고 있었다. 술집 분위기가 밝고 깔끔한데다 양심적으로 장사하며, 문 앞에는 푸른기가 걸려 있어서 나그네가 멀리서도 알아보고 찾아올 수 있었다. 또한 손님이 들어서면 점원은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잘 모셨다.

이런 술집이라면 장사가 잘될 텐데, 뜻밖에도 손님은 찾아오지 않고 날마다 파리만 날렸다. 오래 묵은 좋은 술도 뚜껑을 연 뒤 팔리지 않으니 술맛이 쉬어 버렸다. 주인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그 고을의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가 물어 보았다.

노인이 주저하며 물었다. "집 지키는 개가 사나운가요?"

주인은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사납지요. 그런데 그것이 술을 파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당신의 사나운 개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다가 사람을 보면 물려고 할 테니 술맛이 아무리 좋아도 누가 마시러 가겠소?"

▶ 겉으로 보기에는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안 팔리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사나운 개가 문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손님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관계가 없는 듯 보이는 사물들 사이에도 자세히 보면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이 우화의 의도는 권력을 농간하는 권신들이 언로를 차단하고 유능한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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