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이희진 교수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이희진 교수
  • 김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19.08.0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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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이희진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수술장에서 동결절편 검색 요청이 오자 이희진 교수는 하던 일을 즉시 멈췄다. 수술 중인 환자의 병변 부위로부터 채취한 검체에서 조직 특성과 악성 여부를 서둘러 판독해야 한다. 이 교수의 판단이 수술의 중요한 가이드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고 임상의에게 수술절제면의 악성 세포 존재여부를 알린 후에도 다시 한번 훑었다. 시간적 여유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없는 응급상황에서 이 교수는 늘 긴장과 자기 점검을 반복한다.

종양 면역치료 연구를 진행하는데 이 교수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특유의 추진력은 빛을 발했다. 5년 전 학회에서 환자의 면역 세포를 키우면 암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늘 봐오던 세포가 치료에 쓰인다는 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아직 연구 기반이 없는 주니어 스텝이었지만 무작정 연구 계획서를 썼다. 검체 접근성이 좋은 병원에서 주도해야 할 연구였고, 환자에게 뽑은 세포를 다시 주입하려면 외과, 종양내과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면역세포를 배양해 치료약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한 지 3년 반 째다. 그 과정에서 세포독성 T세포의 임상적 의의와 유방암 조직으로 침윤하는 기전을 밝혀내 지난해 암학회지에서 기초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계획서를 쓸 당시에 한 명이었던 연구원은 열네 명으로 늘었고, 현재 치료제를 만들 회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교수의 주된 업무는 수백 장의 슬라이드를 보며 진단하는 일이다. 환자를 대면하지 않은 채 조직 및 세포 검사로만 병기를 판단하는 부담은 온몸의 피로로 돌아온다. 조금만 방심해도 중요한 진단을 놓칠 수 있다.

무수한 질병과의 인과 관계가 얽혀있는 작은 세포 안, 그 속에서 이희진 교수는 숨겨진 치료의 열쇠를 찾고 있다. 강단 있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확장해 가는 발걸음에 응원을 보낸다. 결과를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꽤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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