徒 手 搏 虎 (재주는 쓸 데 써야)
徒 手 搏 虎 (재주는 쓸 데 써야)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8.0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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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라는 나라에 가실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열일곱 살 나던 해 어느 날 국왕인 세조 탁발도를 모시고 사냥을 나갔다. 그때 깊은 산속에서 갑자기 집채만큼 큰 맹호 한 마리와 맞닥뜨렸다. 가실릉은 곧바로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아 세조에게 바쳤다. 이를 처음부터 쭉 지켜본 세조는 가실릉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지혜와 힘이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나 그렇게 뛰어난 재주와 힘을 가지고 있다면 나라를 위해 써야 한다. 다시는 호랑이를 때려잡는 일에 쓰지 않도록 해라."

▶ 혈기왕성한 청소년기에는 뻗어나는 힘만 있을 뿐 그 힘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지혜가 부족하다. 나라의 지도자나 기성세대는 맹목적 힘만 넘치는 젊은이들을 잘 이끌어서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심어 주어야 한다.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만큼 탁월한 힘이 있다면 그 힘을 호랑이를 잡는 일과 같이 자칫 죽을 수도 있는 무모한 일에 쓰기보다는 나라를 위한 더 큰 일에 써야 한다.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는 위급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사나운 맹수에게 맨손으로 달려드는 것은 만용이다. 기왕 사냥을 나갔으니 활이나 창으로 잡을 일이 아닌가? 북위의 세조 탁발도는 나름대로 지혜가 있었다. 젊은이의 넘치는 혈기를 잘 이끌어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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