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의 위기
한단의 위기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8.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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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가 장평에게 조나라를 쳐부수고 사십만 명을 매장하고는 병사를 전진시켜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제후들의 구원병이 당도했지만 벽처럼 늘어서 있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한단이 곧 망하려 하는데도 평원군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집에서 근심스럽게 앉아 있다가 관아의 아전을 보고 물었다. "재상의 관부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는가?"

아전이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신원연이 좌중에게 말했다. "성 밖의 도적들을 잡지 못한 일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 이 우화 속의 관료들은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를 일삼아 정세를 분석하고 정책을 건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위급한 상황을 타개할 책임이 있는 지도자도 무능하여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지도자를 도와 정책을 건의해야 할 보좌관들도 정보를 차단하고 이기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구차하게 무사태평을 구가하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반드시 지녀야 할 도덕성과 국가를 이끌어 갈 경륜을 갖추지 못한 지도자, 국제 정세의 심각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 모양 좁은 세계에서 당파의 이익만 추구하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가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정세를 분석하여 최고 지도자가 올바른 정책을 입안하도록 돕지는 않고 개인의 이익과 출세에만 힘을 쓰는 보좌관들,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리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자기 자리를 지키는데만 급급한 관료들의 모습은 나라가 곧 망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성 밖의 도적만 잡으면 된다고 흰소리하는 이들의 모습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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