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해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해치는 사람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8.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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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의 공왕이 군대를 거느리고 언릉에서 진나라 군사와 혈전을 치르고 있었다. 악전고투 끝에 공왕이 눈에 화살을 맞는 바람에 징을 쳐 군사를 거두어야 했다.

대장군 사마자반은 자기 막사로 돌아와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소리쳤다. 그의 하인인 양곡은 여러 해 동안 그를 따라다녔는데, 주인을 매우 사랑하여 그가 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물대신 술을 한 단지 갖다 주었다. 자반은 본래 술만 보면 잔을 놓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이번에도 다 마셔 버리고 고주망태가 되었다.

대충 치료를 마친 왕이 다시 싸우기 위해 자반을 부르러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잔뜩 취해 꼼짝도 못하고 누어 있던 자반은 속이 아파서 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말을 듣고 살펴보러 온 공왕이 장막을 들추자마자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화가 나서 말했다. "오늘의 결전에서는 내가 중상을 입어서 당신이 지휘를 해야 할 판인데 이렇게 함부로 행동을 하다니, 당신은 나라를 망칠 셈이오? 이번 전쟁은 이길 수 없겠군."

그리하여 공왕은 군대를 철수하고 사마자반을 군법에 따라 참수형에 처했다.

▶ 남을 아끼고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당장은 야속하게 보일지라도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고, 귀에 거슬리더라도 바른 소리를 해야 한다. 무조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대로 따르고 그 사람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준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해서 한 일이 도리어 그 사람을 망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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