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지기 좋아하는 벌레
짐 지기 좋아하는 벌레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8.1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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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판이라는 작은 벌레는 등에 물건을 지고 다니기를 아주 좋아한다. 기어가다가 무슨 물건이라도 맞닥드리면 어떻게 해서든 등에 지려고 한다. 아무리 무거워도 그만두지 않는다.

그의 등은 아주 울퉁불퉁해서 등에 진 물건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짐을 많이 질수록 그 무게에 짓눌려 기어갈 수 없다.

그것을 보고 불쌍히 여긴 사람들이 물건을 내려 줄 때도 있다. 하지만 일어난 다음에는 또 물건을 가져다가 전처럼 짊어진다. 게다가 높은 곳으로 기어 올라가기를 좋아하여 힘이 다 빠져도 멈추지 않고 기어 올라가다 결국에는 떨어져 죽는다.

▶ 인간의 탐욕을 꼬집은 우화이다. 재물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부판이라는 벌레와 다를 바 없다. 재물을 보면 피하지 않고 재산을 증식하는 데만 몰두한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재물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재물이 쌓이지 않을까 그것만 걱정한다. 재물을 탐하다 패가망신한 사람을 보아도 경계로 삼을 줄 모른다. 위로 올라가기 좋아하는 벌레의 습성은 높은 자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을 비유한 것이다.

재물과 권력은 밀착되어 있다. 재물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고, 권력이 있는 곳에 재물이 몰린다. 감당도 못할 재물을 탐내어 등에 지고 오르지도 못할 높은 자리를 향해 기어가다가 결국 죽는 부판이라는 벌레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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