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의 쥐
사당의 쥐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8.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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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으려고 접시를 내리 칠려니 접시가 아깝다는 말처럼 작은 해를 없애려다가 도리어 큰 손해를 보는 수가 있다. 그래서 웬만한 피해는 덮어두고 넘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작은 해라도 그대로 두면 점점 자라서 큰 해가 된다. 쥐는 사람이 사당을 신성하게 여기는 것을 악용하여 활개치고 다닌다.

나라에도 마찬가지로 권력자 주위에서 쥐처럼 교활하게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 있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서로 도와 어려움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챙겨야겠다는 사람은 쥐새끼와 같다. 조선이 망하기 직전 나라에서는 군인의 봉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부패한 관리의 곳간에는 쌀이 썩어나고 돈에 녹이 슬 정도였다고 한다.

권력을 행사하는 기구가 투명하지 않고 은폐되어 있을수록 쥐새끼 같은 사람은 더 많아진다. 권력자가 이런 사람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한비자
한비자

「한비자」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비자는 "지금 군주의 좌우에 있는 측근들이 밖에 나가면 권세를 이용하여 백성에게서 이득을 챙기고, 안에 들어오면 패거리를 지어 군주에게 악을 숨긴다. 안으로는 군주의 정황을 엿보아 그것을 밖에 알리고, 안팎으로 여러 신하들과 벼슬아치들에게 권세를 부려 부를 이룬다.

관리들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법이 문란해지고, 처벌하면 군주가 불안해할까하여 그대로 덮어둔다. 이런 자들이 또한 나라에는 사당의 쥐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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