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의 나라
미치광이의 나라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9.03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주 옛날에 작은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는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는 '미치광이 샘'이라는 샘만 있었다. 그래서 이 샘물을 마신 사람들은 모두가 미쳐 버렸다. 그러나 왕만은 그 샘물을 마시지 않고 뒤뜰의 우물물을 마셨기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사했다.

백성은 왕이 샘물을 마시지 않고, 또 언행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왕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모여 왕의 미친병을 치료해 주기로 하여 왕궁으로 몰려가 왕을 침대에 눕혀 놓고 어떤 사람은 침으로 마구 찌르고, 어떤 사람은 뜸을 뜨고, 어떤 사람은 뭔지도 모를 약을 왕의 입에 쑤셔 넣고, 어떤 사람은 왕의 온 몸을 문지르고 두드렸다. 이 고초를 견딜 수 없었던 왕이 비명을 지르며 미치광이 샘으로 달려가 샘물을 몇 모금 마셨다. 그리하여 왕도 미쳐 버렸다.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미쳐 버린 이나라에서는 어디서나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 이 우화는 잘못된 사조나 이념이 집단적 광기를 불러일으키면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집단적 광기의 비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잘못된 풍조가 만연할 때, 무엇이 옳고 그런지 분간하기도 어렵게 탁류가 도도하게 흐를 때, 합리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양심과 이성으로 대처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혼자서 고결하게 지조를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지러운 사회를 개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같이 휩쓸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

굴원은 혼자서 지조를 지키려다 결국 죽음을 택해 멱라수에 몸을 던졌다. 공자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집 잃은 개라는 조롱을 받으며 이상을 펼치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부분의 지식인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시류에 휩쓸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