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자매 작가 "귀신 나오는 호텔이라는 소재가 논란거리?"
[인터뷰]홍자매 작가 "귀신 나오는 호텔이라는 소재가 논란거리?"
  • 뉴시스
  • 승인 2019.09.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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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 홍정은·홍미란 자매
주말드라마 '호텔 델루나' 히트
홍정은(왼쪽)·홍미란 작가자매
홍정은(왼쪽)·홍미란 작가자매

'홍자매표' 환상 로맨스가 여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1일 막을 내린 tvN 주말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극본을 쓴 홍정은(45)·홍미란(42) 자매작가는 유사성 논란에 속이 상했지만, 그 때문에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본다.   

홍정은
홍정은

홍정은 작가는 자신들의 전작 '주군의 태양'(2013)뿐 아니라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2017), 일본 만화 '우세모노 여관'과의 유사성 시비에 대해 "소재 자체를 갖고 논란거리를 만들려고 하면 창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재뿐 아니라 창작한 부분이 유사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귀신이 나오고 위령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있다"고 반박했다. 

"그것으로 이 작품과 다른 작품이 똑같다고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보지도 않고 잘 모르는 사람들의 매도하는 글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매도가 돼버린다"며 "작품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처음에 그렇게 매도되면 작가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 맥이 빠지는 부분도 있다. 그런 식으로 작가들을 프레임 씌우거나 굴레를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호텔 델루나'라는 작품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다고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의혹을 벗는데 제일 좋다고 생각한" 홍정은작가는 "'호텔 델루나'는 전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시작해 '주군의 태양'을 거쳐 왔다"면서 "우리 전작인 구미호를 생각한다면 '너 잡아먹을거야'라고 했던 구미호가 더 발전돼서 온 것이 '델루나'의 장만월일 수 있음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홍 자매의 전작에서 창작의 씨앗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임을 인정받아 다행"이라며 "어떤 사람이 소재를 선점했다고 해서 그 소재가 그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창작은 불가능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작품을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호텔 델루나'는 엘리트 호텔 직원 '구찬성'(여진구)이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이 되면서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호텔 사장 '장만월'(이지은)과 함께 호텔을 운영하며 생기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7월13일 첫 방송에서 유료가입가구 기준 전국시청률 7.3%를 올린 '호텔 델루나'는 8월10일 9회까지 7~8%대를 기록했다. 후반부인 8월11일 10회, 8월18일 12회에서 10%, 10.4%로 두 자릿수에 올라섰다. 마지막 16회에서는 12%라는 자체 최고시청률을 찍었다.

홍미란
홍미란

홍미란 작가도 "유사성이 논란이 된다고 했을 때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영생의 존재인 여자와 인간의 사랑이라고 하면, 여자 구미호와 영생의 존재가 남자인 '도깨비'도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2014년부터 연재된 일본 만화 '우세모노 여관'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여관 이야기는 찾아봤다. '주군의 태양' 시놉시스에 나와 있듯이 당시 배경 설정은 호텔 팰리스였다"며 귀신이 나오는 호텔을 소재로 한 자신들의 작품이 먼저였다고 강조했다.

 "귀신이 나오는 호텔이란 소재의 작품이 '주군의 태양'만도 아닐 것"이라며 "이전에 나온 작품 중에도 있을 수 있다. 일본 만화 '센과 치히로'처럼 할머니가 운영하는 호텔도 있다. 귀신이 나오는 호텔은 외국에도 많다. 소재만 갖고 이 이야기를 다 보지도 않고 귀신이 나오는 호텔이라며 귀신이 나오는 다른 작품과 같다고 매도하는 부분이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쾌걸 춘향'으로 예능 작가에서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이들 자매는 SBS TV 수목드라마 '마이걸'(2005), MBC TV 주말드라마 '환상의 커플'(2006), KBS 2TV 수목드라마 '쾌도 홍길동'(2008), SBS TV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2009), SBS TV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MBC TV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 KBS 2TV 월화드라마 '빅' (2012), SBS TV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2013), MBC TV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2015),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2017) 등의 극본을 공동 창작했다. 

이들 작품 중 홍정은 작가는 "판타지물 계보를 보면 '내 여자친구 구미호'부터 '주군의 태양', '화유기'를 거쳐 마지막에 '델루나'까지 오게 됐다"며 "첫 판타지물인 '구미호'를 할 때는 꼬리 9개를 만들 때 CG 작업이 힘들고 버거웠다. CG 작업하는 업체도 많이 없었고 질도 높지 않아서 힘들었다. 정말 열악한 상황에서 판타지를 했어도 나름으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CG 수준 탓에 '주군의 태양' 배경도 바뀌었다. 홍미란 작가는 "'주군의 태양' 때도 배경을 호텔로 하려고 했었는데 영업하는 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촬영할 수 없었다. 호텔에서 귀신이 나오는 장면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호텔을 빌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홍정은 작가는 "여러 판타지물의 제작과정을 거치면서 그때 상상만 하고 만들지 못했던 여러 장면, 이번 작품에서는 호텔도 올라서고 만월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 '전설의 고향'의 귀신이 아닌 실제 귀신이 나올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CG 기술도 늘고 제작 여건도 좋아져 세트도 거대하게 짓는 등 지원을 많이 받아 그때 하고 싶었던 것을 10년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해보게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홍 자매의 판타지물은 설화, 동화, 고전이 바탕이다. 홍미란 작가는 "구미호의 전생 이야기에는 도깨비 길달 설화가 있다. 구미호와 인간 남자의 멜로 이야기의 모티브는 인어공주다. '호텔 델루나'는 동화 '미녀와 야수'와 같은 부분도 있다.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동화나 설화, 고전이 많이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홍정은 작가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했는데 그 둘이 어떻게 됐다라는 매우 익숙한 이야기의 동화나 고전"이라며 "100번도 더 본 이야기들을 풀어서 비틀고 새로운 캐릭터들을 집어넣어서 만드는 형식이 많다. '호텔 델루나'에서 월령수에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보면, '미녀와 야수'도 있지만 '어린 왕자'를 떠올릴 수 있다. 친숙한 이미지들이 이 작품에 들어가서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이해했다.    

 홍 자매는 다시 익숙한 소재로 한 작품 작업에 돌입한다. 홍미란 작가는 "전작 '미남이시네요' 같은 풋풋한 사랑을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호텔 델루나' 시즌2가 아닌 '호텔 델루나'에 등장한 만월당처럼 사극 버전의 퇴마를 생각해보고 있다. '최고의 사랑' '마이걸' 등 판타지 없는 로맨틱 코미디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년 반 만에 겨울 드라마로 나오지 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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