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문에다 토하고서
남의 문에다 토하고서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9.06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구네 집에서 잔뜩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던 우공이 어느 집 앞을 지나다가 한참 동안 속이 뒤집혀 그만 그 집 문앞에 대고 토했다. 그 바람에 문간을 더럽히고 말았다. 그걸 본 문지기가 화를 내며 말했다. "술을 마시려면 곱게 마실 것이지 왜 술을 퍼마시고 하필이면 우리 문 앞에 게운단 말이냐?"

엉금엉금 기어서 일어난 우공이 흘겨보며 말했다. "내가 너희 집 앞에 토한 게 뭐가 잘못되었단 말이냐?" 누가 너의 집 문더러 내 입을 향하고 있으라고 하더냐?"

"정말 못된 놈이로군" 그 사람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우리 집 문은 몇 해 전에 만든 것이란 말이다. 오늘 네 입 앞에다 지은 것이 아니라고!"

"흥, 우공은 자기 입을 가리키며 발했다. "이 어르신의 입도 아주 오래 전에 생긴 것이란 말이야."

▶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고 해괴하게 궤변을 늘어놓으며 변명을 하는 사람이 있다. 적반하장이다. 원래 있던 남의 집 문에다 토한 것은 분명히 토한 사람의 잘못이다. 다른 곳에 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망으로 취해서 인사불성 상태에서 남의 문에다 토해 놓고 도리어 문이 자기 입 앞에 있었다고 마구 억지를 부린다.

문이 이전부터 있던 것이라고 하자 자기 입도 이전부터 있던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니까 입을 피해 문이 옮겨갔어야 옳단 말인가? 문제는 다른 곳에 토할 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문 앞에다 토했는가 하는 것인데, 어느 것이 더 오래되었는가 하는 문제로 논점을 흐렸다. 원래 논점에서 벗어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