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용된 계좌서 영득의사로 피해금 인출하면 '횡령'
보이스피싱 이용된 계좌서 영득의사로 피해금 인출하면 '횡령'
  • 뉴시스
  • 승인 2018.08.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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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통장 양도 뒤 피해금 인출·사용 20대 무죄서 유죄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조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고 자신의 은행 계좌 등을 양도한 이가 피해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장용기)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과 함께 무죄(횡령 혐의)를 선고받은 A(20) 씨에 대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15일 오후 11시께 광주 북구 한 길거리에서 '돈 관리하는데 사용할 은행 계좌를 주면 1개당 100만 원을 주겠다'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와 체크카드를 건네주고 2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은 피해자 B 씨가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2900만 원 중 1700만 원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뒤 1699만 원을 임의로 인출,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지난 2월 "B 씨가 성명불상인의 보이스피싱에 속아 A 씨의 계좌로 2900만 원을 송금했다. A 씨는 이틀 뒤 무언가 불법적인 목적이나 방법에 의해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입금된 사실을 알고도 계좌에 남아 있던 1699만 원을 인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어떤 근거에 의하더라도 B 씨와 A 씨 사이에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한다 볼 여지가 없다. A 씨는 B 씨의 1699만 원을 보관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 관계에 기초,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한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또는 기타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검사는 'A 씨와 B 씨 사이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존재한다'며 사실오인과 함께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을 듣고 A 씨 명의의 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한 점, A 씨가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B 씨의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A 씨가 영득할 의사로 그 돈을 인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 B 씨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19일 '계좌 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대법원 2014년 10월 선고)해야 하는 만큼 피해자를 위해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계좌 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접근매체를 함부로 양도하는 행위는 전자금융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해치고, 범죄에 이용돼 2차 피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피해자로부터 본인의 계좌로 이체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 추가적 피해를 야기했다. 단 피해금액을 B 씨에게 반환하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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