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그림자 없는 남자ㆍ조이스 캐롤 오츠, 책꽂이 투쟁기ㆍ김흥식,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ㆍ비에른 베르예
[새 책]그림자 없는 남자ㆍ조이스 캐롤 오츠, 책꽂이 투쟁기ㆍ김흥식,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ㆍ비에른 베르예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9.2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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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남자』는 전미도서상, 브램스토커상, 오헨리상, 페미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장편소설이다. 『좀비』 『멀베이니 가족』 『블론드』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언론의 찬사를 받아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사랑에 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주인공 마고 샤프의 24번째 생일 하루 전, 오전 9시 7분. 이 시간은 마고 샤프의 인생에서 단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이며, 장차 마고 샤프의 경력에서도 단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이다. 젊은 신경과학자인 마고 샤프는 페리스 교수의 신경심리학 실험실에서 매력적인 기억상실증 환자 엘리후 후프스를 만난다. 신비하고 멋진 남자이지만, 단기기억이 모두 파괴된 그가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억은 겨우 70초뿐이다. 마고는 과학자로서의 삶을 모두 그에게 바치기로 결심하지만 학문적 성취감과 함께 그를 향한 사랑 역시 점점 커지는 것을 깨닫는다. 연구 대상과의 금지된 사랑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지금껏 쌓아온 그녀의 독보적인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참지 못한다. 이 책은 기억을 잃은 사람의 삶과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기억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탐구하는 한편, 기억상실증 환자와의 사랑을 연구 활동으로 승화시킨 과학자의 삶을 아릿한 감동으로 전해온다. 472쪽, 위즈덤하우스, 16,800원

 

 

△『책꽂이 투쟁기』는 스물세 살에 평생 출판을 업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서른세 살에 십년 동안 모은 돈으로 출판사 등록을 하고 책을 냈지만 모은 돈을 다 소진한 끝에 다시 돈을 모아 마흔세 살에 출판에 재도전하여 30여 년 동안 천여 권의 책을 출판한 도서출판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의 30년 출판 경험과 노하우의 결정체가 담긴 에세이다. 어려서부터 집안에 꽂혀 있던 책꽂이 속 아버지가 모은 책과, 아버지의 정치적인 핍박을 피해 버려진 책들을 읽고 또 읽었던 저자는 1972년 서울을 덮친 홍수로 어린 시절의 책꽂이 책을 모조리 잃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모두 읽어야 하는 저자의 독서 편력의 과정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책을 읽어왔고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면서 재미있는 책의 속살을 독자들도 느끼게 하고 싶어 펴낸 『책꽂이 투쟁기』는, 누군가에게는 종이뭉치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책 속에 얼마나 놀라운 문명이 담겨 있는지, 수많은 책과 책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독자에게 전해준다. 책들 때문에 출판인이 되었고, 출판의 꿈을 접지 않은 것은 책들 덕분이며, 책 출판하려는 욕망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것도 책들 탓이라는 저자의 책꽂이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44쪽, 도서출판그림씨, 17,500원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면서도 드라마틱했던,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의 근현대시기에 불어 닥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멸해버린 나라들에 대한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그 중 우표는 어떤 사료보다도 우표를 발행한 나라가 존재했다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표가 정말 역사적 진실만을 담아낼까? 건축가이자 우표수집광인 저자 비에른 베르예는 이 우표라는 작은 종잇조각을 통해 세계 근현대사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사라진 나라들이 표기된 옛 지도, 당시를 살았던 증인들의 기록, 후대 역사가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신빙성 있는 사료들을 바탕으로 바로 지금 옆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성인보다 큰 석회암 화폐를 사용했던 야프섬이나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근무했던 주비곶처럼, 세계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나라의 이야기들은 독자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채워주기에 손색이 없다. 제국주의의 광포함과 흥망의 역사, 황폐화된 식민지와 크고 작은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책은 21세기 ‘나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해주는 충실한 역사서이자 위트 있고 통찰력 넘치는 매력적인 인문서이다. 432쪽, 흐름출판,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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