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뷔 20주년' 백지영 "힘든 시간들, 근육이 됐죠."
[인터뷰]'데뷔 20주년' 백지영 "힘든 시간들, 근육이 됐죠."
  • 뉴시스
  • 승인 2019.10.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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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새 미니앨범 '레미니센스'

 가수 백지영(43)의 목소리를 모창하는 이들은 드물다. 2013년 5월 음악 예능 프로그램 JTBC '히든싱어'에서 모창 능력자들과 대결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긴 했다. 하지만 그녀의 독보적인 음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독학으로 그녀가 스스로 터득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제가 보컬 스킬이 좋은 건 아니에요. 혼자 연습하고 해석을 하며 얻은 호흡 덕이죠. 저 역시 의도치 않게 습득했어요." '발라드 여왕'이지만 무대 밑에서는 털털하고 화통하고 여장부 같은 백지영이 특유의 탁성으로 시원스레 웃으며 말했다.

다만 튀는 자신의 목소리로 인해 다른 좋은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지기 힘든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코러스도 제 목소리를 녹음해야 해요. 그럼에도 참 감사한 일이죠."

백지영은 약 3년 만인 4일 오후 6시 새 미니앨범 '레미니센스(Reminiscence)'를 발매한다. 레미니센스는 추억담, 회상담이라는 뜻이다. 백지영이 가수로서 걸어온 스무해를 추억, 회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9년 1집 '소로우'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 백지영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남편인 배우 정석원과 사이에서 둔 딸 하임(2) 양이 내내 눈에 아른거리지만 팬들을 자주 만나기 위해 프로모션에 한창이다.

"20주년 부담이요?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랜만에 긴장이 와요. 하하. 그 덕에 예민하게 촉을 세웠죠. 앨범을 준비하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작업을 하는데 조금 더 예민하고, 예리하게 판단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20주년을 앞둔 지난해가 더 긴장이 됐어요. 올해 들어서는 마음이 더 편안해지더라고요. 40주년, 50주년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하."

6트랙이 실린 앨범의 타이틀 곡은 '우리가'다. 이선희, 아이유, 휘성 등과 작업한 작곡가 G.고릴라가 참여했다. 백지영 표 발라드인데, 이전보다 좀 더 담백해졌다. 이별에 대해 노래한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지성이 출연했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은 '하늘까지 닿았네'도 이목을 끈다. R&B에서 왈츠로 넘어가는 자연스런 흐름이 인상적인 곡으로 사랑의 결실에 대해 노래한다.

"평소 선우정아 씨의 감성을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특히 보컬의 리듬감이요. '내가 이렇게 노래를 불러도 되는지'라며 걱정했는데 정아 씨 덕에 용기를 냈어요. 저랑은 작업 스타일이 달라 재미있었습니다."

20세기 말에 데뷔한 백지영은 21세기 명실상부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가 됐지만 산전수전을 겪었다. 2008년 성대 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을 비롯 가수 인생에 위기도 몇 차례 찾아왔다. 최근 남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집행 유예를 선고 받기고 했다. 2일 밤 방송된 한끼줍쇼에서는 자숙 중인 남편이 잘 버티고 있다며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랑안해' '잊지말아요' 같은 대형 히트곡을 낸 것을 비롯 물론 좋은 일도 많았다. 지난해에는 남측 가수들과 함께 평양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녀의 대표곡 '총 맞은 것처럼'이 북측에서 큰 인기란다.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20년 동안 정상급 가수로 살아온 백지영은 후배들의 고민상담도 도맡고 있다. "곡 모니터뿐 아니라 회사와 문제까지 다양한 일들의 노하우에 대해 물어요. 평소 교류가 없던 친구들한테도 연락이 오죠. 저 같은 경우는 피할 수 없는 공백기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을 잘 다독거리며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최근 백지영의 가수 인생에 변곡점이 생겼다. 13년 동안 함께해온 매니저 최동열씨가 차린 신생 기획사 트라이어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녀가 소속사를 옮기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백지영은 전 소속사 뮤직웍스에 최근까지 15년 간 몸 담았었다. 최 대표와는 2006년 '사랑 안 해'로 활동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최 대표는 박수만 쳐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가수가 아닌 저를 누나로 대하며 제 감정을 잘 배려도 해주죠.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는 회사가 있어도 물거품 같은 것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건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편하고 믿을 만한 사람과 일하는 것이 제일이죠."
 
지금은 주로 발라드 가수로 기억되지만, 세대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백지영을 '댄스 퀸'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꽤 된다. '대쉬' '내 귀에 캔디'가 대표적이다. "요즘 선미, 청하도 있지만 빠른 템포의 댄스에 갈증을 느껴요. 하하. 부를 기회가 있으면 좋죠."

백지영과 음악의 인연은 은광여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던 백지영은 밴드부에서 활동하면 대학 합격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부한다. 마침 영화 '미션'(1986)을 본 후 오보에의 소리에 반해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밴드부에 들어가 오보에인줄 알고 선택했던 악기가 클라리넷이었다.  

클라리넷 족 악기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비플랫(B♭) 클라리넷. 이 악기를 부른 백지영은 절대음감을 갖고 있던 터라, 자신이 생각하는 음정이 아니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결국 클래식음악을 포기하고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가수의 꿈을 꿔본 적이 없던 백지영은 우연히 소개 받은 작곡가의 일대일 오디션을 통과한 뒤 가수가 됐다.

"가수의 꿈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요즘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이에요. 그런데 가끔은 목적만을 위해 달음질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노래를 엄청 해보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닌데 천직이 됐잖아요."
 
11월부터 3월까지 8개 도시 전국 투어를 예정하고 있는 백지영은 출산 이후 체력 안배가 힘들지만 무대에만 서면 힘이 난다고 웃었다. "저를 만나러 와 주시는 분들만 뵈면 긍정적인 기운이 들어요.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는 쪽이 되죠."

힘겨운 운동을 해야 근육이 커진 듯, 지난한 고난이 백지영의 가수로서 근육을 키웠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음악 자체의 소중함을 더 느꼈어요. 그 시간들이 자양분이 됐죠. 지금 너무 빠른 변화로 후배들이 힘들어하는데 그 움직임에 맞춰 너무 달리지 말고 가수로서 인생의 근육을 더 단련했으면 해요." 백지영은 노래뿐만 아니라 말에도 진심의 근육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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