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말이 관문을 지날 때
흰 말이 관문을 지날 때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10.1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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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열은 송나라의 달변가다. '흰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논변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제나라의 직하 학궁에서 개최된 학술 대회에 참가하여 도도한 변론으로 모든 논적을 꺽었다. 그 뒤 흰말을 타고 국경의 관문을 지나는데, 창을 든 경비병이 관문 통과세를 내라고 요구했다. 예열은 흰말은 말이 아니라고 조리 있게 논증했지만 경비병은 도통 논증에 관심이 없었다. 경비병을 설득시키지 못한 예열은 별 수 없이 규정에 따라 세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궤변으로 온 나라의 사람을 꺽을 수는 있었지만 객관적인 증험과 구체적인 사실에  마주치자 경비병 한 사람도 속일 수 없었다.

▲ 전국시대의 명가 학자인 공손룡은 '흰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백마비마론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백마비마론은 예열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이 명제는 '구체적' 개념들은 서로 범주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될 수 없다는 논리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흰말이라는 단어에서 흰색은 말의 색깔을 나타내는 개념인 흰색이다. 이처럼 공손룡이 단순개념을 복합개념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논리적으로는 중요한 가치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 명제를 사용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그럴 듯하다고 해도 사실로 검증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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