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속 달 건지기
우물 속 달 건지기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10.2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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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 가시라는 나라에 바라내라는 성이 있었다. 그 성 밖에는 숲이 우거져 있어 원숭이 5백 마리가 살았다. 어느 날 저녁 원숭이 5백 마리가 여기저기 놀다가 니구율 나무 아래 모였다. 나무 밑에는 아주 깊은 우물이 있었는데, 맑고 고요한 우물물에 하늘 위의  누런 둥근 달이 비치고 있었다.

원숭이 두목이 우물 속을 한참 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우물 난간에 뛰어 올라가 말했다. "우리가 이 달을 건지자.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밤은 영원히 캄캄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원숭이들은 머리를 긁적이고 뺨을 긁으며 말했다. "이렇게 깊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 까?"

두목이 그럴 듯한 꾀를 냈다. "방법이 있지, 내가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나뭇가지를 잡을 테니 누가 내 꼬리를 잡아라. 이렇게 하나씩 이으면 우물 안까지 늘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꽥꽥거렸다. 이렇게 하여 길게 꼬리와 꼬리가 이어지자 금방 수면에 닿을 것 같았다. 이때 우지끈 소리가 들리더니 나뭇가지가 부러져 원숭이들은 모두 다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사진출처: 다음블로그 메주)
(사진출처 : 다음블로그 메주)

▶ 불교에서는 세상의 모든 현상이 공허하다고 주장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알맹이  없이 공허한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그 허상에 집착하는 것은 '우물 속의 달 건지기'일 뿐이다. 또 한편으로 이 우화는 가능성과 현실성의 범주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준다. 모든 일은 실제에서 시작해야 하며 실현 가능한 목적을 지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실현될 수 없다. 할 수 없는 일을 굳이 하려 든다면 힘만 낭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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