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빈 경공
비를 빈 경공
  • 김원회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08.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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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公禱雨

어느 해 제나라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논바닥은 거북이 등딱지처럼 쩍쩍 갈라지고, 우물물은 마르고, 풀과나무는 말라죽어 갔다. 보다 못한 경공이 신하들을 불러서 물었다. "하늘이 비를 내려 주지 않은 지가 오래되어 백성들에게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오. 내가 점쟁이에게 물어보니 높은 산과 너른 강에 나아가 기우제를 지내라고 하더군요. 세금을 약간 거두어 신령스러운 산에서 기우제를 지내려고 하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떻소?" 신하들은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안영이 말했다. "바위는 산신령의 몸이고, 풀과 나무는 산신령의 머리카락과 털입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털이 그을리고 몸이 데려고 하는 데, 산신령이라고 비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산신령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었다면 벌써 비가 내렸을 것 입니다. 그러니 산신령에게 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실망한 경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어떻겠소?" 또 안영이 말렸다. "강은 용왕의 나라이며, 물고기와 자라는 용왕의 신하와 백성입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샘이 마르고 강이 말라, 나라가 폐허가 되고 신하와 백성이 죽으려 하는데 용왕이 비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용왕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었다면 벌써 비가 내렸을 것입니다. 그러니 강에 가서 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고는 경공에게 궁궐을 나가 백성과 고락을 같이 하는 것이야 말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결책이라고 건의하였다.

경공은 안영의 말을 따라 궁궐을 나가 백성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면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며칠 뒤 큰 비가 내려 가뭄이 해갈되었다. 다행이 백성은 씨를 뿌릴 수 있었다.

* 가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은 현대 사회에서도 극복하기 어려운 재난이다. 천재지변을 당하면 인간보다 큰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신령들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난을 당하여 신령만 찿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흉흉한 민심을 달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가뭄을 해결하는 참된 방법은 아니다. 위아래가 한 마음으로 가뭄을 극복할 대책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본질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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