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국가부도의 날' 보고 희망 얻어"
[인터뷰]'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국가부도의 날' 보고 희망 얻어"
  • 뉴시스
  • 승인 2019.11.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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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복귀작...금융사기 배후 '모피아' 파헤쳐
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6
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6

 "영화 하나로 사회가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지영 감독 같은 영화가 모이면 그것이 하나의 바람이나 힘이 돼서 사회를 바꾸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남영동 1985'(2012), '부러진 화살'(2011), '하얀전쟁'(1992), '남부군'(1990)으로 사회 고발적인 영화를 연출해 온 정지영(73) 감독이 이번에는 대규모 금융 사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블랙머니'로 돌아왔다.

정 감독은 "내가 감히 영화 하나로 이 사회를 바꾸려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 고발적인 영화를 계속해서 연출해오고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의 취향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이 떠드는데, 내막을 알기가 어렵다.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런 것에 대한 잘 모르니 깊이 생각해보자'라는 의도 아닐까?"

그는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는 보이지 않는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
정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

영화 '블랙머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IMF 이후 외국자본이 한 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후 곧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난다. 정 감독은 이 사건을 토대로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엮어 극화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에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을 정도로 복잡한 내용이었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매우 흥미롭고 반드시 해야 할 얘기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

복잡한 사건을 극화한 만큼 정 감독은 관객이 이 내용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 내가 화두로 삼는 이야기를 되도록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고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 재미있고 쉽게 관객과 만나게 하냐를 고민하면서 영화를 만든다."

정 감독은 이러한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시나리오를 썼을 때,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 '이런 영화가 370만명이나 들었다. 그러면 내 영화도 희망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어렵고 낯선 경제 얘기기 때문에 관객에게 재밌게 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만큼 시나리오를 쓰는 데 오래 걸렸다. 시사회의 리뷰를 보니까 성공한 것 같다. 내가 노린 게 들어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6
정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6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자세는 예술가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자신을 낮췄다.

"예술가는 남이 보든 말든 자기 이야기를 한다. 대중과 상관없이 자기 세계를 예술로 승화해 자기만족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렇게는 만족을 못 하겠다. 홍상수, 이창동, 김기덕 이런 사람들은 예술가적 자세를 갖고 있다. 그런 감독들은 일정한 팬들이 형성된다. 나는 근데 되도록 많은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번 영화는 특히 '모피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모피아는 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에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이다.

이를 정 감독은 위해 감사원의 보고서, 대법원의 판결 자료, 노동조합의 투쟁 백서 등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들을 취합하고 분석했다. 실제 사건과 관련된 주요 인사들도 만났다. 이 과정은 수년이 소요됐다.

거대 금융사기의 배후인 모피아를 파는 판큼 원래 제목 또한 '모피아'였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제목 고민이 많았다. 모피아로 하려고 했는데, 모피아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제목은 없는가를 고민하다 블랙머니로 정하게 됐다. 검은 돈은 좀 더 쉽게 와닿으니까"라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6
정지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6


한편, 정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탄생한 현재의 영화계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공정한 시장 질서가 필요하다. 현재 영화 시장이 자유 시장 질서라고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조종된다. 따라서 현재의 사장 질서는 공정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좋은 영화가 죽는다. 좋은 영화들이 나올 때, 비로소 그것이 영화 산업의 인프라가 되고 자극을 주게 된다. 작은 영화, 중간급의 영화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코미디 등 일부 장르 영화에 집중된 관객의 선호도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관객이 내가 선택하는 소재나 테마를 안 좋아한다. 관객에게 영화는 일종의 땅콩 문화다. 심심풀이 땅콩 문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걸로 만족할 수가 없다. 어떤 의미나 가치를 재밌게 관객과 나누고 싶다. 나는 스스로 힘들게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사진=에이스메이커무브웍스 제공) 2019.11.06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사진=에이스메이커무브웍스 제공) 2019.11.06

정 감독은 관객에게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을 넘어 '생각하기'를 당부했다. 그는 "영화를 재밌게만 보고 말지 말고, 재미있게 보고 이 영화에 대해서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그냥 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예상하는 관객 수는 300~400만명. 그는 "주변에서 '국가부도의 날이 370만명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염려하지 마라'라고 했다. 이 작품의 예상 관객 수는 300에서 400만 사이다. 그러면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지금 반응을 보면 잘될 것 같다. 그렇다고 1000만 가까이 들면 안 된다. 그러면 내가 작품을 하는데 부담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지영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 '블랙머니'는 13일 개봉한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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