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이은미 "차곡차곡 쌓여 기적이 됐네요"
'데뷔 30주년' 이은미 "차곡차곡 쌓여 기적이 됐네요"
  • 뉴시스
  • 승인 2019.11.07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새 앨범 '흠뻑' 발매
전국투어도 병행
"정치적 발언, 대한민국 국민 권리·의무"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놀라운 감정이에요. 이런 감정은 저 역시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서···. 차곡차곡 (세월이) 쌓여서 30년이 됐어요. 기적 같은, 그래서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부담감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영원한 맨발의 디바'로 통하는 가수 이은미(53)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6일 정동에서 만난 그녀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설레고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저 혼자 밤을 지새우며 만든 수많은 음악들, 상당수가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곡들인데 그 곡에 팬들이 공감을 해준 것을 확인한 순간이 기적 같고 놀라운 경험이죠."

물론 지난한 가요계에서 30년을 버티면서 힘든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 한계를 느낄 때마다 좌절했다고 고백했다.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느껴지는 부족함을 매번 직관하면서 산다는 것은 매번 힘든 일이었어요."

그럼에도 "어렵고 힘들 때마다 고비를 잘 넘기게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미소지었다. 특히 지난주 부산 콘서트를 찾아온 팬이 전해준 편지 때문에 펑펑 울었다고 했다. "30년 동안 저를 묵묵히 지켜준 팬분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였어요. 좋은 말만 가득 적혀 있었죠."

그간 자신이 팬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더 먹먹해지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공연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정작 팬들에게 못되게 군 면이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팬들에게 살갑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이은미는 1989년 그룹 사운드 '신촌블루스' 3집의 객원 가수로 참여해 부른 '그댄 바람에 안개를 날리고'로 데뷔했다. 1992년 솔로 1집 '기억 속으로'와 2집 '어떤 그리움'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발매한 3집 '자유인'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발라드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전집과는 달리 폭발적인 록 사운드를 담은 '자유인'은 이은미를 명실상부 '라이브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이후 4집 '비욘드 페이스'(1998), 5집 '노블레스'(2001), 6집 '마 논 탄토(Ma Non Tanto)'(2005) 등 총 6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특히 6집에 실린 '애인 있어요'는 MBC TV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2008) OST 타이틀곡으로 쓰이며 이은미의 인생히트곡이 됐다.

이 밖에 4장의 미니앨범, 3장의 리메이크 앨범과 2017년 디지털 싱글 '알바트로스'를 발표했다. 발라드, 재즈, 록, 포크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컬이 특기할 만하다.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이은미는 2012년 MBC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방송출연을 자제하며 무대에서만 관객을 만나왔다. 2009년 음악활동 20주년에 600회 공연 기록을 세웠다. '무대 위의 잔다르크' '라이브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은미는 이미 데뷔 3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발매 예정인 새 앨범 '흠뻑'에 실릴 '사랑이었구나'와 '어제 낮'를 지난 9월25일 선공개했다.

지난달 19일 광주에서 30주년 전국투어 '30 이어스 1000th, 생큐'의 포문도 열렀다. 12월7일 서울 KBS 아레나를 비롯 내년 1월4일 진주실내체육관까지 전국 11개 도시를 돈다. 내년 해외를 포함 총 35개 도시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기억속으로' '애인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녹턴' 등 이은미의 대표곡과 신곡을 골고루 들려준다.

이은미는 "콘서트 때마다···"라고 말끝을 흐리며 잠시 먹먹해하기도 했다. "제 진심이 여러분께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20주년 기념 공연 때 '진정한 딴따라'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투어 버스를 타고 그 많은 도시를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다르지 않아요. 제 삶을 대할 때 역시 그렇지만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자'며 매번 다짐하고 올라가요. 생애 마지막 같은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매번 임하죠."

히트곡 뿐만 아니라 이은미는 자신이 만든 모든 곡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에게 가고 싶어' '꿈' '괜찮아요' 등을 하나둘씩 언급했다.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그런 음악들이 지금이라도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30년 동안 흠뻑 빠져서 노래한 사람이 있을까요. 흠뻑 빠진 것이 음악이라서 좋아요. 음악이 저를 바라보고 제가 음악을 바라봤을 때 서로 존중하며 나이 드는 것 같아 좋아요. 그래서 초반보다 음악이 더 솔직해지고 진실해졌어요. 앞으로도 그런 표현을 담아내고 싶어요."

이은미는 1993년 '맨발의 디바'가 됐다. 그녀는 앞서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허영에 들떠 있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던져버리자는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이은미의 맨발은 진심, 자유의 상징이 됐다.

이은미의 맨발은 저항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녀는 가요계의 부조리함에도 거침없이 맞섰다. 특히 2001년 월간지를 통해 가요계의 립싱크 풍토를 비판, 해당 가수의 팬들의 항의를 듣기도 했다.

이은미는 "30년간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대기실부터 공연장까지 다 바뀌었어요. 바뀐 부분들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사람들의 사고방식 등 개선해야할 점들이 아직 많죠. 세상이 진보하듯 서서히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가수 이은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앨범 '흠뻑' 발매 및 전국투어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06.

다만 "요즘 립싱크 하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예전에 제가 했던 말들이 효과가 있다고 봐도 되는 걸까요? 그 때 욕을 많이 먹었는데 말이죠. 하하."

이은미는 정치적 발언도 마다하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정권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연예인으로서 두렵지 않을까.

이은미는 "두려워요. 그런데, 두려운데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거창하게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자랑스러운 국민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죠. 저를 칭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욕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제가 대중 앞에 노출돼있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그런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 의무, 권리를 다 하는 것 뿐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할 거예요."

이날 막바지에 이은미는 선배가수 패티김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이은미에 따르면 패티김은 은퇴 전 무대 위에서 신은 신발은 무대 밑으로 갖고 내려오지 않았다. 얼굴에 주름이 생길까, 혹여나 목소리가 나빠질까 투탕카멘의 자세로 잤다. 식사 때도 와인 한 잔 곁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은미는 본인은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 패티김 선배님처럼은 못한다며 웃었다. "저는 제 얼굴과 목소리랑 무대와 음악이 동떨어져있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삶 자체가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들기를 원하죠. 또 그 음악이 제게 스며들어 얼굴의 주름, 목소리의 윤기가 됐으면 해요. 그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